전대진 한솔전자 사장
국내 모니터산업은 최근 「경쟁력이 없는 산업」 또는 「사양산업」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모니터산업은 PC수요의 확대와 더불어 한국의 정보화산업을 주도했던 수출 효자품목이었다. 그러나 국내 모니터산업은 일본의 따돌림과 대만의 추격에 의해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는 샌드위치산업으로 변모했다.
일본이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19인치 이상의 대형 제품에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만은 노동집약적이고 대량생산체제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14인치와 15인치 제품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주력제품으로 급부상한 17인치 시장에서도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신기술과 저가격을 내세우면서 국내 모니터산업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모니터제조업체들은 이에 따라 과거의 전성기를 회복하고 모니터산업을 국내 산업구조의 핵심분야로 육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19인치 이상의 대형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이 제품 판매를 위한 지속적인 시장개척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SRI(Stanford Resources Inc)에 따르면 올해 세계 CRT모니터 시장규모는 연간 1억대로 예측되며 이 가운데 PC용 모니터 시장은 전체시장의 85% 수준으로 향후 5년 동안 7∼8%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19인치 이상 대형 모니터 수요도 98년 400만대에서 올해 600만대에 이어 오는 2004년에는 2500만대로 연평균 36%대의 고속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이 대형 모니터 제품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모니터 기술의 변화에 따른 CRT모니터의 단점을 극복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모니터산업의 육성에 전념해야 한다. 세계 TFT LCD 모니터 시장은 현재 폭발적인 수요증가로 인해 공급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며, 이러한 공급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SRI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시장규모는 300만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120% 이상 고속성장하며 2005년에는 3300만대로 매년 70%의 고속성장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셋째, 국내 모니터제조업체들은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모니터 개발과 마케팅 구사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대형 평면 디스플레이인 PDP(Plasma Display Panel) 모니터 시장이 형성돼 점차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Rear Projection」방식의 차세대 모니터가 상품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은 3∼4년 내에 TFT LCD 모니터에 대응하는 신제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은 세계 모니터 시장의 미래 기술변화에 대응해 지속적인 차세대 기술축적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PC용 모니터에 국한하지 말고 특수용도의 제품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산업용·게임용·의료용·감시용·방송용으로 사용되는 특수시장도 연간 1500만대 규모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과 유럽의 주요 모니터제조업체들이 이러한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이 이같은 시장공략 전략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할 때 국내 모니터산업은 과거 90년대 중반에 구가한 전성기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