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자 정보통신산업 `99 하반기 기상도 (7)

부품 (상)

 지난 상반기 일반 부품업체들은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IMF의 한파에서 벗어났다. 구조조정으로 힘을 비축, IMF 이전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도 회복되는 가운데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경우 반도체와 함께 국내 수출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일본 및 동남아시장의 경기회복과 함께 컴퓨터와 이동통신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일반부품의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반부품의 주시장인 가전시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점도 하반기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 디스플레이

지난 상반기 브라운관업체들의 경기는 IMF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침체의 늪에 빠졌던 컬러TV용 브라운관(CPT)이 회생 기미를 보이고 Y2K와 인터넷 등의 여파로 급신장한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힘입었다.

 브라운관 3사의 상반기 CDT생산량은 1600만개 규모로 전년동기에 비해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 동안 브라운관의 수출도 되살아나 전년동기에 비해 소폭신장한 5억 달러선에 육박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또한 TFT LCD 생산업체들은 상반기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삼성전자·LG LCD·현대전자 등의 매출실적은 전년보다 300%가량 증가한 17억 달러에 이르렀다. 전자산업진흥회의 자료에 따르면 TFT LCD 수출은 지난 4월까지 9억8600만 달러에 달해 전년대비 무려 397%나 성장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활황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년에 비추어 볼 때 하반기 시장규모가 상반기 시장규모보다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라운관업체들은 하반기 CDT 생산량을 상반기보다 10%가량 높게 잡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TV의 수요 확산에 힘입어 CPT 생산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TFT LCD업체들도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20%가량 매출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물론 하반기에 디스플레이 시장 경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율변동이 가장 큰 요인이다. 환율은 곧바로 업체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 1200원대의 환율이 하반기에는 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또 하나는 TFT LCD 시장의 경우 대만업체들의 참여와 함께 한·일 업체들의 시설 증설로 생산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브라운관 시장은 기종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전망이다. CDT는 14인치 등 소형기종은 공급부족현상이 일어나는 대신 17인치 이상 대형에서는 공급과잉 현상으로 가격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콘덴서

 올해 상반기 콘덴서 분야는 「풍요속의 빈곤」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콘덴서 생산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20∼30% 증가했지만 매출은 10∼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들어 세트업체들의 수요는 늘었지만 콘덴서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큰폭으로 하략한 데 따른 것이다.

 하반기에 들어서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름콘덴서의 경우 올해 하반기 물량은 월 8000만∼9000만개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상반기 6000만∼7000만개가 생산된 것에 비해 2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삼영전자·삼화전기·삼성전기 등 3개사가 주도하고 있는 전해콘덴서 분야도 10% 정도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해콘덴서 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부터 불황이 걷히기 시작하는 가운데 세트업체들의 구매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량 역시 상반기 8억개 정도였던 물량이 하반기에는 9억개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밖에 칩 형태의 콘덴서 역시 이동통신기기의 수요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전체 생산량 가운데 수출물량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하반기에도 꾸준히 커질 전망이다. 콘덴서의 국내 수요가 이제는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로컬수출과 직수출을 포함해 수출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콘덴서산업이 활성화할수록 가격인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필름콘덴서 가격은 올해 상반기 이미 바닥권에 접어들었으며 하반기 역시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부품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같은 추세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는 적자생존의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채산성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들이 잇따라 도태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쇄회로기판

 올 상반기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산업 경기는 호황속에 빈곤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국내외 세트업체로부터의 PCB 주문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거의 모든 PCB업체들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는 모습을 연출했으나 세트업체의 지속적 단가 인하 압력과 달러 대비 원화의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이익구조는 지난해보다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올 상반기 국내 업체의 PCB 생산실적(원판 포함)은 86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추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실적 7490억원보다 15% 늘어난 수치다.

 수출의 경우 올 상반기 약 2억90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 동기 2억5500만달러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수(시판)의 경우 통신기기 및 시스템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서 지난해보다 다소 증가한 1400억원 정도에 이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PCB 생산실적이 늘어난 까닭은 전자제품의 내수 경기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인데다 PCB 직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동전화기를 비롯한 네트워크시스템용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게 특징이다. 앞으로 세계 PCB산업 경기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대기업 PCB업체는 물론 중견 PCB업체들까지 경쟁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어 향후 국내 PCB산업 기반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PCB업계가 생산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에 의욕을 보이는 까닭은 디지털 가전 및 정보기기를 중심으로 한 PCB 수요가 향후 2, 3년 안에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편 올 하반기 국내 PCB업계의 생산실적은 상반기보다 다소 늘어난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출은 4억 달러를 약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트랜스포머

 TV와 VCR·모니터 등에 들어가는 일반 가전용 트랜스포머의 생산량은 올 상반기에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20% 증가한 월 9000만개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내수물량(로컬수출 포함)이 전체 생산량의 85%를 넘는 8000만개, 직수출 물량이 전체 생산량의 10%를 웃도는 1000만개 안팎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들어 트랜스포머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20% 늘어났는데도 트랜스업계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정체 또는 소폭 증가에 그쳤으며 신규 설비투자 역시 활발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트랜스업계가 트랜스포머의 가격폭락으로 인해 매출 확대 및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신규 설비투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트랜스업계는 하반기에도 트랜스포머의 생산량이 상반기에 비해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매출은 정체 또는 감소세로 돌아서 채산성은 오히려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트랜스업계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수출물량 확대 및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지는 한편 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체의 도산 및 업종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상반기 트랜스업계의 연구개발 활동은 일부 업체가 칩 부품의 개발 및 생산에 관심을 나타낸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하반기에는 일부 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트랜스업계는 전체적인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줄어들고 채산성이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공급물량 확보를 위한 업체간 과당경쟁 및 최저가 입찰제 등을 통한 세트업체의 무리한 가격인하 요구가 시정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 고주파부품

 하반기 고주파(RF)부품 시장은 상반기에 이어 「쾌청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RF부품연구조합에 따르면 상반기 대부분의 업체들은 전년동기 대비 두자리 이상 성장했으며 KMW와 한원·마이크로통신·한국쌍신전기 등 10여개 업체들은 세자리 성장을 보이는 등 RF부품산업은 IMF 한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RF부품산업의 최대 시장인 이동전화 시스템 및 단말기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출도 동남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은 삼성전자 등 이동전화 단말기업체들이 상반기 내수물량 400만개와 수출물량 300만개 등 700만개를 생산했으며 SK텔레콤 등 이동전화서비스업체들도 음영지역 해소 등을 위해 마이크로웨이브 중계기를 5만개 이상 설치했다.

 하반기에도 이동전화시장의 성장세에 편승한 단말기제조업체들의 신제품 개발경쟁과 서비스업체들의 통화품질 개선경쟁에 힘입어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동남아와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국산 단말기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호주와 베트남 등에 수출한 CDMA교환기에 대한 현지 반응이 매우 높게 나타나 부품산업의 활황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RF업계는 시범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 IMT2000과 WLL 등의 특수도 기대하고 있다.

  KMW는 상반기에 지난해 전체 매출규모인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성장추세가 이어져 5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상향 수정할 계획이다.

 한원도 유전체 필터류의 판매호조로 상반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120%가 넘는 70억원을 돌파했으며 하반기에도 수출과 내수판매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올 매출목표인 100억원을 14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부품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