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 처리 "안개속"

 통합방송법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정부 여당이 이번 임시국회 중 통합방송법 처리 방침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세풍사건의 재연, 방송사 파업 등 악재가 돌출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당초 국민회의는 지난 13일 문화관광위내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방송법 심의가 끝나는 대로 15, 16일 이틀간 다른 민생법안과 함께 방송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13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방송정책권의 향방을 놓고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격돌, 합의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임시국회 회기가 연장되지 않는 한 방송법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일단 정부 여당은 현재 추가경정예산안, 개혁입법 등 화급한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시국회 회기가 연장되면 방송법을 놓고 여야간에 새로운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방송정책권의 향방을 놓고 여야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방송법 통과를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국민회의측은 방송정책권을 한나라당 주장대로 정부에서 갖게 될 경우 그동안 방송법 논의 과정에서 일관되게 견지해온 대의명분을 한꺼번에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이 문제만큼은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방송정책권·방송위원회 구성 등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파상적인 정치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동여당이 방송법 문제를 놓고 균열을 보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박지원 문화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에서 정부가 계속 방송정책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을 끈 데 이어 자민련이 방송정책권 문제와 방송법 처리 일정에 대해 국민회의와 미묘한 갈등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통합방송법 처리가 지연되자 방송계는 이로 인한 폐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임시국회에 방송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사실상 20세기에는 새 방송법을 보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기국회로 방송법 처리가 넘어가면 정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방송법 처리를 강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