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발효와 함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공진협)를 대신해 지난달 초순 출범한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가 「가정용 게임물 소위원회」와 「업소용 게임물 소위원회」를 통해 국산 게임물에 대한 등급 분류 및 외국산 게임물의 수입·제조 및 반입추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학계·언론계·시민단체에서 선임된 6명으로 구성된 가정용 게임물 소위원회는 매주 두 차례, 7명으로 구성된 업소용 게임물 소위원회는 매주 한 차례씩 소집돼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각종 사안을 의결한다.
지난 6월 한달동안 영상등급위 게임물 소위원회는 총 115건에 대한 등급 분류 및 수입추천 업무를 처리했다. 이 중 PC용 게임은 100건으로 국내에서 제작된 2건만 심의가 보류가 되고 나머지 98건은 합격처리됐다.
업소용 게임물(전자오락실용 게임)은 총 15건이 접수됐는데, 사행성이 농후한 외산게임 2건이 불합격 처리되고 나머지 13건은 합격 통과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PC게임의 경우 순수한 가정용일 때는 「전체 이용가」·「12세 이용가」·「18세 이용가」 등 3등급 체체로 압축됐고, PC게임방(「멀티게임장」)용일 때는 「전체 이용가」와 「18세 이용가」로 양분해야 하는 데 따른 문제점도 노출됐다.
가정용의 경우 누가 보더라도 「전체 이용가」나 「18세 이용가」로 판단되는 게임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체 이용가」와 「18세 이용가」 사이에 있는 게임물을 오로지 「12세 이용가」로만 판정해야 하는 데 따른 맹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부 심의위원들조차 『공진협 시절에 「15세이상 관람가(고가)」수준이었던 게임을 「12세 이용가」로 하향판정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가정용 PC게임을 PC게임방용으로 등급 판정할 때 「전체 이용가」나 「18세 이용가」로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12세 이용가」등급을 대부분 「전체이용가」로 판정하게 되는 상황을 낳고 있다.
이는 문화관광부가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시행과 관련해 내린 경과조치가 공진협에서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등급을 새 법상의 「전체 이용가」로 간주하고 있고, 「12세 이용가」가 PC게임방용 「18세 이용가」로 판정이 날 경우 PC게임방에서는 제공될 수 없어 심의위원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영리를 추구하는 PC게임방 업주의 입장에서는 가정용 「12세 이용가」가 PC게임방용 「전체 이용가」로 판정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가정용으로 「12세 이용가」 등급을 설정해놓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구나 PC게임방이 가장 큰 게임 수요처로 부상했으며, 「12세 이용가」를 12세미만에게 대여해도 아무런 법적제재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가정용 12세 이용가」 분류는 유명무실하다고 할 수도 있다.
업소용 게임물에서도 역시 비슷한 맹점이 지적되고 있다.
합격된 게임물은 「전체 이용가」와 「18세 이용가」로 양분되며, 전용게임장(전자오락실)에서는 전체 이용가 등급만을 제공할 수 있고, 18세 이용가는 전용면적 150평 이상의 종합게임장에서만 이용가능하다. 그러나 업계는 전국적으로 종합게임장에 해당하는 업소의 수는 전체의 5% 미만이며, 따라서 게임물이 「18세 이용가」로 판정날 경우 업자는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업소용 게임에 대해 공진협 시절보다 관대한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심의 신청된 게임물의 내용중 일부를 수정하도록 요청한 후 심의를 했던 「수정통과」 제도도 공식적으로 없어진 마당에 등급 선택의 폭이 좁아진 심의위원들이 심의 「보류」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게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으며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게임물에 대한 심의도 완화돼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 현행 심의제도 자체가 게임물에 대한 심의 완화를 의미하지 않느냐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한 달간의 활동만으로 게임물 심의제도나 등급 분류 소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심의제도가 유해한 영상물에 대한 사회적 여과장치이자 관련 산업발전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균형있는 역할을 해내려면 현행 등급 분류 시스템은 보완돼야 할 여지가 많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