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자 정보통신산업 `99 하반기 기상도 (8)

부품 (하)

* 메모리 반도체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올해 상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수준의 호황을 누렸다는 평이다.

 98년 상반기 6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던 64MD램 가격이 98년 하반기 이후 오히려 2배에 가까운 10∼12달러대로 수직 상승했고 이같은 상승 기조가 올해 3월까지 지속되면서 국내 메모리 3사는 조 단위의 수익을 올렸던 95년의 실적을 기대하기도 했다.

 3월 이후 D램 가격 분위기가 서서히 하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6월 말 64MD램 가격이 5달러대까지 다시 급락한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절감 작업이 이뤄진 상태여서 최악의 경우 4달러대만 지켜진다면 상당 수준의 수익률은 보장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년 동안과 같은 지독한 불황에 허덕일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다.

 ▲생산 및 매출=상반기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전통적 비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D램 생산규모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세미피아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3사의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의 36억8000만 달러보다 약 32%가 증가한 39억800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D램이 34억5000만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S램은 4억3000만 달러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세계 1위업체인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제품인 64M 싱크로너스D램의 가격 폭락에도 불구하고 구세대 제품인 EDO방식과 패스트페이지방식(FPM) D램이 싱크로너스의 2배가 넘는 10달러 이상의 높은 가격대를 유지해 전반적인 실적이 95년에 버금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의 가격 하락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99년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월등한 실적이 달성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전체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연중 최대 특수기인 9월 이후 수요곡선의 꼭지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세미피아컨설팅그룹은 올 하반기 국내 반도체 업계의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상반기보다 12% 가량 늘어난 44억6000만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 역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어 다소간의 반등이나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시장 조사기관들의 한결된 예측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Y2K문제 대응 수요 등 PC 수요가 견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데다 PC의 평균 메모리 탑재량도 멀티미디어와 네트워크화에 힘입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여 수요 측면의 상승 기반은 완벽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6억개 수준이었던 세계 64MD램 수요는 올해 13억∼14억개 정도로 배이상 늘어날 전망. 이 가운데 국내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0% 수준을 유지하거나 약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지난 2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국내 반도체 업체의 투자 심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9라인 증설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10라인 설치 계획까지 수립, 본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당초 12억 달러로 잡았던 올해 설비투자 예산도 최근 18억 달러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또 현재 D램 생산라인을 올해 안으로 대부분 0.18미크론 공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도 추진하는 한편 4000만 달러 가량을 투자, 256MD램 3세대급 이상의 고집적 반도체 제조에 적용할 수 있는 300㎜ 웨이퍼 대응 파일럿 라인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전자도 최근 1년 동안 거의 중단했던 미 유진 공장 증설계획을 재추진하는 한편 LG반도체 인수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현재 0.22미크론 공정을 사용하는 이천 반도체 생산라인을 0.18미크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시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 및 처방=하반기 국내 반도체 경기를 좌우할 최대 현안은 아무래도 현대와 LG의 합병작업이다. 세계 2위와 5위 업체간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기대만큼 걱정거리도 적지 않다.

 특히 빅딜 추진과정에서 떨어질 대로 떨어진 LG반도체 종업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서로 판이한 생산라인을 어떤 방법으로 동기화시켜 나가느냐가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이 하반기에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느냐도 99년 하반기 이후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판도를 좌우할 변수.

 또하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은 미국 반도체 업체와의 통상마찰. 특히 최근 D램 산업이 빅4 체제로 전환되면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반덤핑 제소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우리나라 업체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 개별 반도체소자

 트랜지스터·다이오드 등 개별 반도체 소자(디스크리트)시장은 올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전세계 디스크리트 시장 규모는 지난 97년 143억 달러에서, 98년에는 마이너스 10%의 성장률을 보이며 128억 달러에 그쳤다.

 한국시장은 97년에 10억 달러 수준이었고 지난해에는 세계시장의 마이너스성장폭 수준에 달해 9억 달러에도 못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국내 디스크리트 생산업체들의 공장가동률이 100%에 달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디스크리트 생산업체의 생산능력을 넘는 수준으로 수요량이 급증하고 있어 이들 업체의 하반기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대비 3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내수시장 전체규모도 97년 수준인 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크리트 생산업체들의 설비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설비투자를 자제하면서 현금유통 중심의 안정적인 경영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전자가 당초 계획하지 않았던 표면실장부품(SMD)형 디스크리트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며, 광전자도 소트(SOT)23계열의 SDM트랜지스터 생산능력을 당초 월 1억5000만개에서 2억개 가량으로 높일 예정이었으나 최근 주문량이 늘어 올 하반기에 3억개 가량으로 확대키로 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부천공장을 인수, 디스크리트와 전력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페어차일드사도 생산능력의 10% 가량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주문량이 급증, 설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30% 가량 증가, IMF이전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CPU

 올 하반기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은 PC시장의 활성화에 따라 IMF이전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C시장 규모가 97년 상반기 수준과 유사한 85만대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CPU시장 규모는 2억 달러를 약간 밑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PC의 일반 가정용 수요의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행망용 PC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올해 PC시장이 19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하반기에 출시될 상당수의 PC가 인텔 펜티엄Ⅲ를 탑재, 올해 전체 CPU시장 규모는 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CPU업체간의 가격인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 들어 인텔이 제품에 따라 평균 월 1회 가격인하 조치를 실시했고 대만·중국·동남아시아 등을 통해 들어온 제품이 기승,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폭은 40%에 육박한다.

 특히 가격인하를 주도하고 있는 인텔이 저가 셀러론과 일부 펜티엄Ⅱ 제품 가격만을 인하했던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에는 펜티엄Ⅲ에 대한 큰 폭의 가격인하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가격인하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반도체 장비.재료

 ▲국내 생산 및 시장 전망=IMF체제 이후 최악의 불황 위기를 겪어온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은 올해 들어 내수 및 수출 물량 확대로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미래산업·케이씨텍·신성이엔지·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의 장비 생산량과 이에 따른 영업 매출도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측은 이러한 반도체 장비 시장의 빠른 회복세가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져 올해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이 26억 달러 수준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퀘스트도 올해 한국지역 반도체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33% 가량 증가, 27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18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국내 반도체 재료시장도 소자업체의 투자 재개와 생산량 확대에 힘입어 올해는 20억 달러 수준까지 회복될 전망이다.

 특히 웨이퍼·리드프레임·포토레지스트·스퍼터링 타깃·특수가스 등의 재료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시장 참여와 생산 확대로 반도체 재료의 국산화율이 60% 수준까지 크게 상승할 전망.

 ▲수출=중국 및 동남아와 미국 지역에 대한 국산 반도체 장비 및 재료의 수출물량도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성엔지니어링의 화학증착(CVD)장비와 미래산업의 칩마운터 및 테스트 핸들러, 그리고 케이씨텍과 아토의 가스 캐비닛 등은 이미 수백만 달러 어치 이상의 해외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장비의 수출 비중도 지난해의 26.8%에 이어 올해는 36.8%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국산장비의 주력시장도 내수에서 수출 시장 위주로 빠르게 옮겨갈 전망이다.

 ▲문제점 및 대책=국내 반도체장비 시장은 빠른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미국 등 외국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반도체 장비 및 재료 가격이 최저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으로까지 급락하고 있어 수익성 향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장비 대부분이 저가 품목인 조립·유틸리티 분야에 집중돼 있고 전공정용 핵심 장비들은 거의 수입, 사용되고 있어 반도체 장비의 해외 의존율은 아직도 75% 수준에 달한다.

 또한 반도체 재료 분야의 경우 국내 업체들의 생산 확대 노력으로 전체적인 재료 국산화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나 고집적 반도체 제조 및 첨단 패키지 공정에 들어가는 고기능 반도체 재료의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국산화 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품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