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의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고 있다.
임원의 절반을 퇴진시키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본사의 구미 이전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4일 사장을 포함한 전 임원이 본사가 입주할 구미 공장에 모여 회의를 개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전국에 산재한 사업장의 재배치 작업도 급속히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빅딜철회를 앞장서 전개해 오면서 경영진과 마찰을 빚어왔던 비상대책위원회도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경영진의 노력에 동참키 위해 발전적 해체를 선언하는 등 대우전자가 기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급격한 구조조정은 제2의 창사라는 말에 전임직원이 동감하는 것처럼 회사의 뿌리부터 일대변신을 위한 작업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대우전자의 구조조정은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외자유치 성사를 목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전자의 구조조정이 이처럼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최근 단행된 그룹인사에서 양재열 사장이 재신임되면서 실질적으로 대우전자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 양 사장은 빅딜파동 이후 전주범 전 사장의 후임으로 내정돼 그룹에서 파견된 위기관리 성격으로 부임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전 전 사장이 공동대표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직원들 내부에서도 대우전자의 실질적인 관리인이 양 사장이 아닌 전 전 사장이라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직원들사이의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인사에서 양 사장이 재신임되고 전 전사장이 그룹구조조정본부 부본부장으로 최종 결정되면서 양 사장에 대한 임직원들의 불신이 일단 사라진 데다 노조와 비대위 등 직원들을 갈무리하면서 대우전자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독자생존인 외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도 양 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구조조정작업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임원들에게 현장감을 심어주기 위해 14일 구미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양 사장은 본사이전, 사업장 재배치 등 최근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길이며 임원들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대우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 재배치 작업은 영상부문, 가전부문, 멀티미디어부문 등 회사 속의 회사가 들어설 구미와 광주, 군포 외에 부평과 용인, 인천 등에 현재 마포 본사건물에 들어있는 사업부 및 해외영업·기획 등을 관련부서로 통합시켜 나간다는 것.
이에 따라 현재 마포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600여명의 인력 중 500여명이 서울 인근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머지 100여명의 본사 스태프 진만 구미 본사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전자는 구미로 이전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제를 도입해 근무연수별로 6개월에서 12개월에 이르는 위로금을 지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대우전자의 뼈를 깎는 노력이 외자유치 성사를 위해 단행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어 그동안 난항을 거듭해온 외자유치를 통한 독자경영이라는 목표가 이제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처럼 보인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