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식안정기 인증마크 "홍수"

 전자식안정기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취득해야 하는 인증마크가 너무 많아 업체들의 간접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자식안정기와 관련, 국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인증마크의 수는 10여개. 조금 한다하는 업체들은 보통 대여섯개씩 인증마크를 획득하고 있다.

 전자식안정기 표면에 미처 다 표기하지 못할 정도다. 인증마크가 전자식안정기 판매를 위한 보증수표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간접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종류가 너무 많은 데 따른 부작용이다. 한 업체의 경우 지난해 인증마크에 들어간 비용은 무려 7000여만원.

 매출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 인증마크 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는 5% 정도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생산이나 개발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마크를 획득하는 데 드는 비용치고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문서작성과 샘플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인력도 만만치 않다. 업체에 부여되는 인증마크는 그렇다고 쳐도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따야 하는 인증마크는 상당한 부담이다. 한 업체의 개발실장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1년 내내 인증마크 준비하다 시간을 다 보낼 정도』라고 푸념한다.

 그처럼 비용이 많이 들고 귀찮은 작업을 하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니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비현실적인 얘기라는 것이다.

 인증에는 강제인증과 임의인증 두가지가 있다. 꼭 획득해야 하는 강제인증은 「형식승인」 한가지 뿐이다.

 「KS」 「고마크」 「GQ」 등 나머지는 모두 임의인증에 속한다. 받으면 좋고 받지 않아도 그만인 것이 임의인증. 그러나 원활한 제품판매를 위해서는 임의인증도 될 수 있으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관공서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KS마크, 한국전력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고마크,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수출하기 위해서는 GQ마크 등 용도에 필요한 마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획득하지 않으면 이윤을 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판매가 원천봉쇄될 수밖에 없다.

 모든 업체들이 인증마크를 획득하는 것은 마크의 남발로 연결된다. 제품의 안정성·신뢰성을 보장하는 인증마크가 꼭 붙여야 할 상표쯤으로 격하되고 있다. 인증마크의 원래 의미가 많이 퇴색해졌다는 얘기다.

 업체들은 『여러 시행청이 제정한 인증마크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성격이 중복되는 것이 있는 만큼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통폐합론을 거론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형식승인 하나로 통일하는 것. 여의치 않다면 2∼3개 인증마크에 모든 것을 담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시행청들의 양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식안정기가 전기 관련 제품이라 안전성이 특히 요구돼 까다로운 규격과 인증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며 『한국처럼 많은 인증마크를 가진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