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 3년 동안 사업부진으로 갖가지 악성 루머에 시달렸던 고려전기(대표 김상우)가 「재기」에 나선다.
고려전기는 80년대말까지만 해도 자타가 공인한 국내 필름콘덴서 업계의 선두주자. 90년대 들어 안이한 사업추진과 경쟁업체들의 급부상으로 명성에 흠이 가기 시작했다. 98년 갑자기 불어닥친 IMF한파는 고려전기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97년 단행한 중국투자가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콘덴서가격의 폭락 등 내부의 도전도 거셌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려전기가 문을 닫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급기야는 지난해 8월 30대 젊은이들이 고려전기를 인수했다. 그러나 새로운 경영진이 콘덴서 분야에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부정적인 소문은 더욱 무성했다.
그동안 업계의 수근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고려전기가 최근 입을 열고 재기를 선언했다. 신임사장 취임이후 1년여만의 일이다.
경영진 가운데 한사람으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병년 이사는 『사업이 점차 궤도에 접어들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신감의 근원은 지난 6월까지 진행했던 경영혁신 정책이 점차 성과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제조 및 자원관리(MRP)시스템을 구축·운용한 결과, 운용상의 허점을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게 됐다. 세트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 원가절감에도 나섰다. 그에 힘입어 매월 1억∼1억500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연구원들을 포함, 직원들에게는 오픈마인드를 주문했다.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생산·영업 분야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경쟁력을 확보했음은 물론이다.
고려전기는 이를 기반으로 올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비효율적인 분야보다는 향후 가능성이 있는 부문에 신규투자할 예정이다. 수익구조를 안정화한 후 새로운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고려전기는 지금까지를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고려전기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80년대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