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올 상반기 국내 가전시장은 지난해의 극심한 정체국면에서 탈피해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냈다.
가전업체들이 수요창출을 겨냥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중대형 제품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수요가 창출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가전시장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전품목에 걸쳐 10∼20%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특히 완전평면TV, 프로젝션TV, 양문여닫이 냉장고 등 고가·대형 제품은 수요가 안정적으로 형성되면서 가전업체에 수익성을 높여주는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출 또한 외환위기로 급격히 매출이 감소됐던 동남아·중남미 등 전략수출지역들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경제가 회복되면서 다시 수출이 상승세를 나타냈고, 여기에다 전략시장의 침체에 따른 자구책으로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섰던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도 호조를 보이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가장 큰 시련을 겪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7월 1일부터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폐지로 유통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세계 가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산 제품과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하다.
또 오는 8월부터는 지난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해온 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율이 환원되면서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9월부터는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권장소비자가 표시 금지제가 실시돼 소비자들의 구매행태 및 소비가격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 기존의 마케팅전략을 근본부터 수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빅딜 백지화로 국내 가전업계의 구도가 다시 짜일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 국내 가전업체들로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출환경은 올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호황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가정용 전기기기(일명 백색가전)와 올들어 수출전략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MP3플레이어 등을 중심으로 수출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음향기기
IMF 한파로 인해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겪었던 오디오 내수시장은 올들어 업체들의 적극적인 판촉활동과 전반적인 소비증가추세에 힘입어 다소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내수감소폭이 워낙 컸던데다 연초에 해태전자에 이어 아남전자마저 부도를 냄에 따라 오디오 내수시장이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하반기엔 호재보다 악재가 많아 업체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먼저 7, 8월 비수기로 시작되는 하반기엔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시행으로 대형 유통점에 의한 가격파괴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세일판매가 제한되기 때문에 업체들의 판촉활동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8월부터 특소세가 환원되면 실판매가격을 지금보다 9.2% 정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되는 사항의 하나가 되고 있다.
아울러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완전 폐지로 일본업체들이 오디오를 주력품목으로 내세워 대한 시장공략을 한층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니·히타치 등이 직영체제 구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파나소닉·아이와 등 대다수 일본업체들도 에이전트를 통한 우회침투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디오 유통구조가 대리점체제에서 신유통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업체들은 대형할인점·양판점·혼매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업체들은 여전히 전속대리점 체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품목별로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미니컴포넌트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업체들이 저가 동남아산 제품에 이어 일본 본토에서 고급형 제품을 들여올 경우 그 어느때보다도 한·일 업체간의 선점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하반기엔 차세대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기기인 MP3플레이어를 앞세운 업체들의 시장선점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MP3플레이어의 성공 여부에 따라 업체들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 영상기기
최근 국내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TV·VCR·캠코더 등 가정용 영상기기는 예상과 달리 내수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해가고 있다.
전형적인 가정용 영상기기 비수기인 5월 이후로도 꾸준히 대형 및 고급기종을 중심으로 TV와 VCR의 매출이 유지되고 있고 캠코더의 경우에도 일본산 제품의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TV와 VCR는 이미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수요증가폭이 크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완전평면TV 및 하이파이급 6헤드 VCR에 대한 판촉을 강화하면서 기존 제품들을 빠르게 대체해가는 추세로 올해 TV 150만대, VCR 75만대 이상의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캠코더 역시 일본산에 맞서 내수시장을 수성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판촉으로 국산이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올해 보급률 10% 이상, 시장규모 20만대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현재 캠코더가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선호도 1위의 제품인데다 하반기중에 국산 디지털캠코더의 출시가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캠코더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중에 수입선다변화 해제, 특소세율 환원, 권장소비자가 표시금지 등으로 수요증가폭이 다소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급TV와 VCR, 디지털캠코더 등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산 제품에 맞서 국산제품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거리다.
한편 수출시장에서는 아직 우리나라 가정용 영상기기의 경쟁력이 취약해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2∼3년 동안 그칠 줄 모르는 활황으로 세계경제를 이끌어온 미국시장이 다소 위축되는 조짐인데다 유럽시장마저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가전수요가 침체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 국산제품의 주력시장인 동남아와 중동, 독립국가연합(CIS)의 경기회복속도가 기대치를 밑돌아 국산 가정용 영상기기의 수출증대에 힘을 실어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완전평면TV 및 프로젝션TV에 대한 수요가 일면서 이제 막 수출기종 고급화를 시작한 국내 업체들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 디지털TV 및 DVDP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최소 10만대 이상의 DVDP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수출제품 고급화에 여력을 집중하고 있다.
* 백색가전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으로 대별되는 가정용 전기기기는 지난해 IMF 한파로 37∼50%에 달하는 큰 폭의 수요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들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냉장고는 김치냉장고가 폭발적인 판매신장세를 보인 데 힘입어 지난 상반기 동안 전년 동기대비 31% 가량 늘어난 총 73만대가 판매됐다.
일반 냉장고의 경우 지난 상반기 동안 총 58만대 정도가 판매돼 전년 동기대비 7.6%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15만대에 달한 것이다.
더구나 김치냉장고의 경우 올해 총 60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를 포함한 국내 냉장고 시장은 총 170만대 규모를 형성,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 지난 97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탁기는 지난 상반기 동안 전년 동기대비 15% 늘어난 41만대 가량이 판매돼 올해는 지난해보다 10만대 정도가 늘어나는 데 그친 총 87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에어컨은 올초 예약판매가 극히 부진했음에도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성수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달까지 총 63만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 75만대 규모를 형성했던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85% 수준에 달하는 것인데다 에어컨 최대 성수기가 6∼8월 한여름철에 집중되고 있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가량이 늘어난 약 100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컨의 경우는 특히 올해 전세계에 온난화현상으로 인한 극심한 무더위로 세계 에어컨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데 힘입어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수출물량이 지난해보다 140만대 많은 총 320만대 정도로 늘어 확실한 수출효자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전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