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 종소리 "맥놀이" 현상 비밀 벗겼다

 특유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애절한 종소리로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 특유의 맥놀이 현상의 신비가 마침내 벗겨졌다.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배명진 교수는 지난 수년 동안 경주박물관에서 판매하는 종소리 테이프 등 각종 관련자료 분석과 에밀레종을 11분의 1로 축소·제작한 모형종에 대한 타종실험, 성분 분석실험 등을 통해 771년 제작된 에밀레종소리의 맥놀이 현상을 완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배 교수에 의하면 타종하면 쇠종의 복합적인 떨림에 의해 고유한 종소리가 나는데 이때 종을 매달아 좌우로 흔들면 청취자가 맥놀이 현상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도플러 효과로 설명된다는 것. 따라서 종이 움직이는 주기를 3초 정도로 해서 흔들면 에밀레종 특유의 애끓는 듯한 맥놀이 현상을 재현할 수 있다고 배 교수는 주장했다.

 에밀레종이 맥놀이 주기가 거의 3초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배 교수는 『1300여년 전에 우리 선조들이 진자(흔들이)운동의 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을 반증하며 이는 갈릴레이에 의해 발견된 진자의 등시성 현상보다도 200년 이상 빠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최근 전자칩에 의해 에밀레종소리를 재현한 모형종의 타종을 통해 맥놀이 현상을 나타나게 또는 나타나지 않게 할 수 있고 음향분석장비를 사용, 종소리의 맥놀이 현상과 성분분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여러 사람이 에밀레종의 제조기법과 종소리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종의 모양과 성분을 분석하거나 종의 구조에 대한 컴퓨터 분석까지 동원, 끊임없이 노력해 종의 외형은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었으나 맥놀이 현상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해 종소리는 완벽히 재현하지 못해왔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