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전자유통경기는 품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밝게 전망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 빚어진 판매부진이 아직까지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경기회복이 빠르게 되고 있어 내수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때문에 수요 포화상태에 들어간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업계를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의 경영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 현장에서도 최근 경기 호전이 수요촉진으로 이어져 수입선다변화 해제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활황세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이동전화
상반기에 이미 누적가입자수 1800만명을 넘어선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서비스 사업자와 유통대리점의 청소년과 여성층 등 미개척 시장을 겨냥한 가입자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서비스 사업자들은 일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비교적 잠재수요가 높은 청소년층 대상의 판촉 정책을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시장의 효과적인 공략 여부가 서비스 사업자는 물론 유통대리점의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비스 사업자들의 대형 유통점 중심 유통정책이 한층 가속화되면서 대형 대리점과 소형 대리점간 공급받는 가격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점들이 저가 공세를 주도해 단말기 가격은 의무사용이 폐지되기 전인 4월 이전 수준으로까지 다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하반기 들면서부터는 서비스 사업자 위주로 추진됐던 판촉 경쟁에 그동안 재고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체까지 가세할 전망이어서 이동전화 가격의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 수입가전
하반기 수입 가전시장의 최대 이슈는 지난 6월 30일자로 완전 폐지된 수입선 다변화제도다.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 해소와 취약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도입됐던 이 제도가 21년만에 완전 해지되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일본 가전제품이 오디오비디오(AV)기기를 중심으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관련 제품의 수입업계에서는 AV기기를 중심으로 품목다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일선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수입 AV제품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와 제품 공급구조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도 실제 거래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선 판매점들의 예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수입 백색가전시장도 올 들어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반기 조정기를 거쳐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소형 및 생활가전시장도 하반기에는 IMF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수입업체들이 이들 제품의 수입 물량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 하반기는 지난해 IMF 관리체제하에서 크게 위축됐던 수입 가전시장이 수입선 다변화 해제라는 호재와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새롭게 시장문화를 형성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 컴퓨터.부품
컴퓨터 주변기기 및 부품 유통 업계는 상반기 수요의 완만한 회복세에서 하반기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기판 유통업계는 상반기 내내 인텔의 ZX칩세트 기반 주기판과 BX칩세트 기반 주기판 공급에 주력해왔으나 신제품인 810칩세트 기반 주기판 판매를 위해 이들 제품의 재고소진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일시적으로 ZX 및 BX칩세트 기반 주기판의 시장 가격이 급락하기도 했으나 810칩세트 기반 주기판이 그래픽성능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면서 다시 BX주기판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하반기에 BX주기판이 여전히 시장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이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810칩세트 기반 주기판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소비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줬기 때문에 3·4분기 출시 예정인 820칩세트 기반 주기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주기판은 지난해 월 공급물량이 5만장에도 채 못미쳤으나 올해엔 이보다 2배 가량 늘어난 10만장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그레이 제품이 홍수를 이루면서 자금력 싸움에서 견디지 못하는 중소 업체의 무더기 도태가 예상된다.
HDD 시장은 지난 1·4분기까지는 삼성전자와 퀀텀 등 양대 업체 제품이 주도해 왔으나 후지쯔의 맹렬한 추격과 IBM의 저가공세로 과점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엠에스테크와 웨스턴코리아가 웨스턴디지털의 하드디스크를 본격 출시함에 따라 하반기 HDD 시장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8G이상의 대용량 모델이 시장의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해외로부터의 그레이 제품 유입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주도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은 하반기에도 마찬가지로 인텔의 가격인하 정책이 계속되면서 저가 시장에서는 셀러론 400㎒급이, 고가 시장에서는 펜티엄 450㎒급이 주력 모델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인텔이 펜티엄 CPU의 양산 체제로 들어가면서 매월 가격을 인하할 전망이어서 중견 PC업체들은 물론 대기업들까지도 펜티엄 기종에 주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분기까지만 해도 비교적 고가를 유지했던 메모리는 지난 5, 6월 두 달 사이에 잠시 폭락하는 듯했으나 7월 들면서 수급균형이 무너지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메모리 유통업체들은 올들어 전반적으로 PC 수요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같은 가격 상승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메모리 시장의 주력 제품이었던 32MB SD램의 시장 점유율이 상반기 들어 점차 낮아진 데 이어 하반기에는 64MB SD램 위주로 수요가 빠르게 옮아가며 시장 주력제품도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모리 유통망의 변화도 관심거리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에 따라 하반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이들 유통업체간 이합집산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 소프트웨어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업계는 99년 들어 사상 유례가 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을 가릴 것 없이 검찰의 서릿발 같은 단속이 계속되면서 엄청난 수요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코리아·다우데이타시스템·인성정보유통 등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 유통사들은 이미 올 상반기중 올 매출목표의 200% 이상 실적을 기록한 상태다.
대형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들이 하반기 들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여신관리와 지방 유통망의 확대다. 갑자기 매출이 늘어나며 대리점 여신 규모가 크게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또 지방 지사와 유통대리점 확산도 올 하반기 커다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내 대형 유통 3사는 이미 상반기중 지방 유통점을 약 40% 이상 늘려놓고 있는 상태로 하반기에는 유통점을 가까이에서 관리할 수 있는 지사망 확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종합유통사 설립 계획은 정부와 민간 주요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유통업계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 인터넷 쇼핑몰
연초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국내 사이버마켓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코스닥상장사인 골드뱅크의 주가가 연초대비 2000%까지 폭등하고 한솔CSN이 최고 500% 넘게 오르자 해당 기업에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은 물론 경쟁업체들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어떤 업체가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떤 업체가 얼마나 투자하느냐로 집약되고 있다.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단기 매출 실적은 커다란 의미가 없다는 것이 해당업계의 생각이다.
이같은 업계의 생각은 하반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여 국내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은 광고와 마케팅 역량을 총집중,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상대로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반기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대형 경품을 내건 회원 모집 마케팅은 하반기 들면서부터는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잇단 경품 이벤트로 「깜짝효과」가 많이 상실된 상황인 데다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자주 제기되고 있어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도 크게 유리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쇼핑몰 업체들은 하반기부터는 이미지 광고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조직적 마케팅 전략에 집중 투자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수립,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 전자상가
전자랜드21을 비롯해 나진·선인·원효·터미널 등 용산 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123전자타운은 하반기 들어서면서 서서히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다.
주말이 되면 이들 상가의 컴퓨터 매장과 통신기기 매장은 컴퓨터와 이동통신 단말기를 구매하려는 청소년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통신기기 매장의 경우 지난 4월 의무가입기간 폐지 이후 신규 가입이 급감해 유통체계가 한때 붕괴되는 듯 했으나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시장공세에 힘입어 대리점 및 딜러점이 되살아나고 있다.
각 상가들의 상권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하반기 상가경기가 호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테크노마트는 이미 대대적인 상가 정리작업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원효상가는 인터넷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인터넷 정보센터를 운용, 고객 끌어들이기에 나서고 있으며 나진상가 12동·13동은 고객이 상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주차장을 자주식 주차장으로 변경하고 있다.
또 나진 17·18·19동은 대대적인 상가환경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도할 계획이다. 123전자타운도 부품상가인 3동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한편 이들 상가는 이미 빈 매장이 없어진 상태이며 경기가 점차 회복됨에 따라 각 상가 매장의 프리미엄도 오르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하반기에 가속화할 전망이다.
<유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