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시장 "과열 경보"

 올들어 시중 금융기관들의 금리인하에 따른 여유자금 증가와 코스닥을 비롯한 회수시장의 활황, 경기회복세 등과 맞물려 최근 대형 벤처투자조합 결성이 잇따르면서 IMF체제 이후 극도로 위축됐던 벤처기업 투자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코스닥 및 증권거래소 시장에서 인터넷비즈니스·의료기기분야 관련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법인 설립후 2∼3년 이내의 조기 기업공개(IPO)로 인해 벤처투자조합들의 조기 투자회수 및 고수익 창출이 실현되면서 이들 첨단업종을 중심으로 한 투자시장이 과열로 치달을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21일 관련당국 및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중소기업청·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벤처 관련부처 및 기관을 중심으로 공공 벤처투자조합 결성이 줄을 잇고 있는데다, 한국기술투자·삼부캐피털 등 민간 창투사들의 수천억원대 대형 펀드 조성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벤처투자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중기청과 정통부를 중심으로 중소·벤처기업 관련부처들이 자금지원체계를 기존의 융자에서 투자 위주로 전환하면서 민간 창투사들에 저리로 벤처투자자금을 지원하거나 합작투자 형태로 창투사들과 공동펀드를 조성, 1∼2년내의 조기 투자를 종용하고 있어 벤처투자시장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벤처투자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중기청이 다음달 말께 공식 출범시킬 한국벤처투자조합(KVF). 외국자본 500억원을 끌어들여 총 1000억원으로 출발하는 이 조합은 당초 이스라엘 요즈마펀드를 흉내내 에인절과 벤처캐피털의 중간단계인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될 예정이었으나, 펀드운영 자체가 철저히 수익성을 쫓는 외국인에 의해 주도될 경우 성장단계의 벤처기업을 놓고 일반 창투사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벤처투자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창투사 설립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최근에만도 SK텔레콤과 벤처 투자자문 전문업체인 STIC이 공동으로 200억원 규모의 IT전문 벤처캐피털을 설립키로 하는 등 크고 작은 창투사가 대거 설립을 추진중이어서 올해 안으로 창투사 수가 지난해(71개)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100개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극도로 위축됐던 벤처캐피털시장이 빠르게 달아올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며 『자본시장이 활기를 띠면 벤처기업들은 자본조달이 용이해져 큰 도움이 되겠지만 자칫 과열로 치달을 경우 경쟁투자에 의한 기업의 과대평가, 자격미달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로 인한 수익률 감소 등 상당한 후유증도 예상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