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방송이 2001년부터 본격 실시된다는 소식에 국내 주요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크게 고무되고 있다.
디지털TV방송 실시는 40년동안 지속돼온 국내 아날로그형 가전산업이 디지털 가전시대로 전환하는 것을 예고할 뿐더러 국내 전자산업은 물론 PCB를 비롯한 국내 전자부품산업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TV방송이 도입되면 2010년까지 약 200조에 달하는 생산기반확충 효과와 더불어 1540억달러 정도의 수출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성장세 둔화로 새로운 활로 모색을 고민해온 국내 가전산업은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게 되고 PCB를 비롯한 전자부품의 대폭적인 수요증가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TV방송의 핵심장비인 디지털TV가 본격 보급될 경우 PCB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PCB업체는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PCB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아날로그형 TV에는 두세장의 페놀단면PCB가 주로 채택됐으나 디지털TV에는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비롯해 양면에폭시기판·페놀단면기판 등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PCB가 다수 채택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TV에 장착되는 PCB의 수요는 기존 아날로그TV에 비해 최소 5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단일 전자제품 중 PCB 밀집도가 가장 큰 컴퓨터에 버금가는 PCB 수요가 디지털TV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와 더불어 기존 아날로그TV에는 PCB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단면페놀PCB가 채택되는 데 비해 디지털TV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MLB를 비롯해 양면에폭시기판·복합화합물기판(CEM) 등이 주로 채택되기 때문에 디지털TV에 장착되는 PCB의 총 가격은 아날로그TV에 비해 10배 정도 고가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이 현재 출하하거나 개발하는 디지털TV의 PCB 규격을 살펴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현재 이들 가전 3사가 주력 디지털TV로 내세워 수출에 열을 올리는 프로젝션형 디지털TV의 경우 보통 MLB 2장에 에폭시 양면 2장, 페놀계 단면 4∼5장이 장착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벽걸이형 디지털TV로 각광받을 PDP형의 경우 더욱 많은 MLB와 에폭시 양면·페놀계 단면 PCB가 채택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앞으로 디지털TV의 설계기술이 발전하고 부품의 콤팩트화가 진전되면 PCB 수요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지만 큰 골격은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PCB업계에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는 디지털TV방송이 당초 예상보다 앞선 2001년부터 본격 방영됨에 따라 국내 주요 PCB업체들은 디지털TV의 양산에 대비한 PCB 공급체제 확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대덕전자·대덕산업·삼성전기·LG전자·새한전자·이수전자·우진전자 등 주요 PCB업체들은 디지털TV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들어 생산설비를 대폭 확충하거나 기존라인의 재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PCB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아날로그TV로 세계 TV시장을 석권해온 국내 가전업체들이 2000년대 주력 TV로 자리잡을 디지털TV의 개발·생산에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PCB산업계는 또 한번 발흥기를 맞을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의 디지털TV방송 조기방영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