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방송 일정 확정 의미

 디지털TV 본방송이 당초 계획대로 오는 2001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최종확정되면서 가전업계가 흥분하고 있다.

 그동안 방송사 등을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자원이 소요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등 디지털 방송의 조기 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며 디지털 방송의 연기를 거듭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이미 디지털 방송이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 내년부터 실시 예정인 일본이나 독일 등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디지털 방송 일정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가 지속돼왔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결정은 내년 9월 시험 서비스를 거쳐 2001년 본방송을 시작하며 수도권은 2002년까지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끝낸다는 당초 일정을 구체화한 셈이다.

 가전업계가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반색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맞춰 국내에서도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서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디지털TV 시장이 활짝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즉 국내에서 디지털 방송이 지연될 경우 국내업체들은 단순히 세계 시장만을 겨냥해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엄청난 규모의 자체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몰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특히 디지털TV 분야에서 만큼은 국내 업체들이 유일하게 일본에 비해 기술적으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 방송 지연에 따른 부작용은 국내 업체들이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선점하는 데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임은 물론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디지털 경영을 외치고 디지털TV를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은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업체들에 비해 뒤졌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충분히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디지털TV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자체개발에 성공, 지난 해부터 일본의 샤프,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세계 유수의 가전업체들이 국내 업체와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오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지상파 디지털TV의 원천기술인 VSB전송기술에 대한 특허까지 확보해 놓고 있어 로열티 수입만도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도 하다.

 또 이같은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지난 해부터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시작한 미국에 세계 처음으로 방송시작에 맞춰 디지털TV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LG전자도 이달부터 미국시장에서 디지털TV의 판매에 들어갈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에 비해 한발 앞서 미국 디지털TV 시장을 공략하면서 시장을 선점한다면 국내 업체들로서는 오는 2010년 4억5000만대, 금액상으로 683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 디지털TV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국내 가전업체들 또한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상황에서 출발하게 된 만큼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국내 업체들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이제 전적으로 국내 가전업체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