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냉각됐던 국내 데스크톱PC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국내 PC시장은 올들어 전반적인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회복단계에 들어가 지난 상반기중 수요가 약 85만대로 전년동기(58만여대)보다 46.5%나 급증, IMF 이전인 97년 상반기 수준(약 94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정부예산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면서 상반기 동안 주춤했던 행망수요가 활기를 띠는 등 수요증가세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컴퓨터 업계에선 하반기 국내 PC시장 수요가 95만대 안팎으로 늘어나 올상반기보다 더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PC시장이 이처럼 활력을 띠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 소비자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PC구매에 다시 나서고, 기업의 전산투자도 재개되기 시작했으며, 벤처기업과 게임방 등의 활성화가 PC수요를 부추겼다.
대우통신은 IMF 타개책으로 「수출」을 선택해, 지난해 미국 공공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실제 수출규모도 1억4000만 달러(24만대)에 달해 수출 1위 업체로 떠올랐으며 올들어선 데스크톱PC 수출을 본격화한 데 힘입어 올 상반기 동안 무려 32만대(1500억원)를 해외시장에 판매했다.
삼보컴퓨터도 지난해 10월 미국시장에 대당 500 달러 이하의 초저가 PC를 선보이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제품이 미국시장에서 관심을 모은 이유는 다른 저가 PC와는 달리 데스크톱PC로서의 사양을 거의 대부분 갖추면서 값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 올들어 삼보컴퓨터의 주식가격이 급등한 것도 여기에 연유하고 있다.
이같은 초저가 PC열풍은 최근 들어 국내시장에도 급속히 몰아닥치고 있다. 지난달 초에 삼보컴퓨터가 PC메이저중에선 처음으로 국내시장에 대당 100만원 미만의 데스크톱PC를 선보인 데 이어 삼성전자와 대우통신이 대당 100만원 안팎의 초저가 PC를 내놓음으로써 올들어 조립제품 중심으로 형성됐던 초저가 PC시장의 영역이 크게 확대될 조짐이다.
특히 국내 PC시장은 시장수요 회복과 더불어 주력기종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도 특이한 사항.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최신 사양을 갖춘 모델을 중심으로 삼은 PC업체들의 주력기종은 하반기부터 셀러론PC가 급부상하면서 펜티엄Ⅱ PC와 함께 양대 주력기종을 형성하다가 올들어선 펜티엄Ⅲ PC가 점차 새로운 주력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 PC시장은 IMF 한파와 국내 경기침체의 여파로 셀러론PC가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면서 주력기종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지난 97년말에 등장한 펜티엄Ⅱ PC가 35% 정도를 차지, 주력기종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펜티엄Ⅲ PC는 주요 대기업 PC업체들이 올 상반기부터 대대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한 이후 수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는 상황. 펜티엄Ⅲ PC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격 하락과 경기회복 기대에 따라 펜티엄Ⅱ PC와 셀러론PC 시장영역을 파고 들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C 사용환경이 인터넷 접속형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도 PC시장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서비스업체(ISP)들이 PC업체들과 제휴를 맺거나 PC업체가 독자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합종연횡이 국내외 시장에서 활발하게 일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대우통신, 삼보컴퓨터, 현주컴퓨터 등 국내 PC업체들은 올들어 소비자들이 할부로 PC를 구입하면서 할부기간에 PC통신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앞다퉈 도입, 선보이고 있다.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PC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사실상 통신료까지 부담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쟁이 활성화될 경우 PC 사용환경은 인터넷과 같은 통신접속형으로 급변할 전망이다.
특히 하반기에 플렉스ATX급 주기판을 장착한 소형PC가 등장하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양새의 PC가 잇따라 선보일 전망이다. 플렉스ATX급 PC는 전용주기판의 크기가 손바닥만해 PC 외형을 정사각형,피라미드형, 원통형 등 여러가지 형태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PC라면 박스형태를 연상하던 기존의 관념이 완전히 바뀜은 물론 전화기, 오디오 등 가전기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PC」도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PC디자인에 도입된 금속성 색채는 이미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주요 PC 제조업체에서부터 조립용 PC케이스 전문업체로까지 일반화됐는데 앞으로는 알루미늄과 같은 진짜 금속소재의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확실시 된다. 이와 함께 기존 PC케이스의 전면부만 투명소재를 채택하던 누드 디자인도 앞으로는 PC 전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윤재기자 yjlee@etnews.co.kr /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