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사와 제휴, 64비트 명령어축약형컴퓨팅(RISC)방식의 칩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HP사가 최근 독자노선을 걷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HP는 IBM·모토롤러·애플컴퓨터가 공동으로 개발한 리스크 칩인 「파워PC」와 디지털의 「알파칩」, 선의 「울트라스파크」 등에 대응, 칩 제조권과 특허권까지 모두 인텔에 이양하는 파격을 단행하며 인텔과 제휴해 「머세드(Merced)」 칩 개발을 지난 94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머세드」에는 인텔의 복합명령어처리방식(CISC)과 HP의 리스크 기술인 EPIC가 결합, 기존 리스크 칩 기술인 슈퍼스칼라에 비해 하나의 사이클에 명령어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인 슈퍼패럴렐을 구현하고 있어 이 제품이 탄생할 경우 64비트 리스크 칩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일부 리스크 칩 업체들이 인텔과 HP 진영에 참여할 의사를 선보이는 등 「머세드」는 칩업체는 물론, 서버·워크스테이션업체들에도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당초 늦어도 98년에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예정된 「머세드」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연기되는 데다 최근 「파워PC」 「알파칩」 「울트라스파크」 등 경쟁업체들의 기술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머세드」에 대한 관심이 희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디지털과 삼성전자가 클록속도 1㎓에 달하는 알파칩을 개발했고 다른 경쟁업체들 역시 인텔의 5년여의 공백을 틈타 「머세드」를 능가하는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 「머세드」의 성공여부까지 의심하고 있다.
물론 인텔측은 최근 「머세드」개발이 완료 단계에 있고 내년 중반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위기의식을 느낀 HP가 인텔과는 별도로 자체 개발한 칩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HP의 제품개발 계획에는 「머세드」 이후 제품인 「매킨리(McKinley) 「디어필드(Deerfield)」 「매디슨(Madison)」 등에 대응한 「PA8xxx」제품군이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말 출시된 「PA8500」이 HP의 마지막 리스크 칩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HP는 최근 「PA8500」을 자사의 초대형 유닉스 시스템인 「V2500」 「N클래스」 「L클래스」 등에 탑재해 영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 칩을 비롯, 앞으로 출시될 「PA8xxx」는 「머세드」를 비롯한 인텔제품과 핀투핀 방식의 호환성을 유지하는 상태다.
당분간 인텔과 협력관계는 유지하되 「머세드」를 비롯한 공동개발제품이 독자개발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질 경우 인텔과의 제휴관계를 마감하고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복안이다.
「PA8600」의 경우 칩에 내장되는 L1캐시의 성능이 업계 최고인 1.5MB인데다 클록속도도 550㎒에 달해 「머세드」의 경쟁제품이 될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추측이다.
한국HP의 한 관계자는 『「머세드」만을 바라보고 중대형컴퓨터사업을 지속할 수는 없어 독자적인 리스크 칩 개발이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인텔과의 제휴관계지속은 「머세드」의 성공여부에 달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