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콘덴서용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하향세를 기록했던 필름·에폭시·알루미늄 가격이 최근들어 유가인상 등 여러가지 영향으로 오르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필름콘덴서업체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고스란히 필름콘덴서업체들의 부담으로 남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콘덴서용 필름의 경우 올해들어 가격 상승폭이 점차 커져 8월쯤이면 10%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에폭시도 5% 가량 가격이 올랐으며 알루미늄 가격 인상폭도 같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필름콘덴서 원자재의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은 국제 원유가 상승이다. 최근들어 원유가는 급등하고 있으며 그 추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석유화학 제품인 필름과 에폭시 역시 그 영향으로 가격 인상이 확실시된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외국의 경우 이미 필름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콘덴서용 필름시장을 장악한 일본 도레이와 미국 듀폰의 경우 상당한 정도로 필름가를 인상했다』며 『그 여파가 국내에도 곧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이어 『도레이와 듀폰이 국내 필름 생산업체에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콘덴서용 필름 가격을 인상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필름가 인상이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국내 최대 필름 생산업체인 SKC의 한 관계자는 『도레이는 이미 15% 인상했으며 듀폰·미쓰비시도 10% 정도 올렸다』며 『원자재 가격이 30% 정도 뛰어 국내에서도 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상폭이 대략 10%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폭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당장 큰폭으로 오르지는 않겠지만 그 가능성은 상당히 농후하다는 것이 업계의 추측이다.
필름콘덴서용 원자재 가격이 이처럼 큰폭으로 인상될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짐에 따라 업체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S업체의 한 관계자는 『필름콘덴서는 원가에서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이 고스란히 필름콘덴서업체들에 돌아올텐데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업체들의 휜 허리가 더 굽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체 관계자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세트업체들의 콘덴서 수급가 인상을 들고 있다. 부담을 분산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어느 한쪽만이 이익을 보거나 또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트업체들과 필름콘덴서업체들은 공생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트업체들은 지금까지 짐을 나눠지는 일에 인색했다.
필름콘덴서업체들에 이번 원자재 가격 인상은 그 어느때보다도 위기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름콘덴서 가격은 끝없이 내려가고 원자재 가격은 올라가고… 이대로 가다 콘덴서업체들이 모두 정리되면 세트업체들이라고 제대로 사업할 수 있겠느냐』는 콘덴서업체들의 다소 거친 항변을 세트업체들이 받아들여야 할 때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