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초 사이에서 이리저리 꼬리를 치며 헤엄치는 수족관 속의 물고기가 사실은 로봇일지도 모른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MHI) 엔지니어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어류부터 오래 전 지구상에서 사라진 바다생물까지 다양한 물고기 로봇을 만들어냈다.
MHI가 가장 먼저 내놓은 로봇 물고기는 원격으로 제어되는 바다도미. 지난 94년 MIT가 로봇 참치를 만든 후 가장 눈에 띄는 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로봇 바다도미는 데스크톱 컴퓨터에 의해 지느러미의 꼬리 부분과 두 개의 가슴지느러미가 움직인다. 헤엄치는 모습이 워낙 정교해 보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물고기로 착각할 정도. 실제로 이들 물고기 로봇은 눈 부분을 제외하면 가까이에서 관찰해도 진짜 물고기와 구별이 어렵다. 미쓰비시측은 로봇 물고기에 음식을 줄 필요도 없고 365일 건강하기 때문에 아주 이상적인 전시용품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MHI는 로봇 물고기 개발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전문가들을 동원했다. 이 회사 엔지니어들은 잠수함을 위해 개발된 탄성발진장치를 지느러미에 응용했다.
컴퓨터가 어느 방향으로 헤엄을 칠 것이지 명령을 내리면 물탱크 주위에 부착된 수십종의 소형 센서들이 이를 로봇 물고기에 전달하게 되는 것. 배터리는 물고기에 내장된 코일에 의해 자동으로 충전되고 수족관에 주입된 전자기장으로부터 전력을 끌어들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봇 바다도미는 무게가 2.5㎏에 길이는 50㎝다. 시간당 900m의 속도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약 30분 동안 헤엄칠 수 있다. 미쓰비시는 이 연구에 무려 4년의 시간과 1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학자들은 1억6000만년 동안 진보를 거쳐 오늘에 이른 물고기들의 수영동작이 에너지효율을 극대화시킨 것이라는 데 감탄하고 있다. 만일 이 수영동작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구동력이 뒷받침된다면 로봇 물고기들을 잠수함보다 더 멀리 내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로봇 물고기들이 오염원을 찾거나 지도를 만들기 위해 넓고 깊은 바다 속을 탐험하는 해양수색대원으로 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