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통(대표 최좌진)이 국산 건전지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지난 96년 미국 건전지업체인 듀라셀에 「썬파워」라는 건전지 상표와 국내 판매권을 매각, 그동안 건전지 생산에만 주력해온 서통이 건전지의 내수 판매를 8월 초부터 본격 재개하기로 했다.
듀라셀(현 질레트)에 상표와 유통망을 내준 지 3년만에 다시 국내 건전지시장에 발을 내딛기로 한 서통은 그동안 단순 건전지 생산업체로서 겪어온 오욕의 세월을 뒤로 하고 새로운 국산 건전지업체로서의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다만 서통은 국내 건전지시장에서 명성을 얻어온 「썬파워」 브랜드 대신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나름대로 지명도를 얻어온 「벡셀(Bexel)」을 내수용 건전지 브랜드로 설정했다.
건전지 유통망도 듀라셀에 넘겨준 유통 채널 대신 생활용 테이프·클린랩 등 일반 생활용품을 공급해온 소비재사업본부의 유통조직을 건전지 유통조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서통이 듀라셀로부터 사실상 독립했다는 것을 의미할 뿐더러 외국 거대 건전지업체와의 일전불사를 선언한 것이나 진배없다.
서통이 이처럼 배수진을 치고 듀라셀 등 외국 건전지업체와 「결사 항전」을 결의하게 된 배경은 상표와 유통망을 매각한 이후 3년동안 받아온 수모와 매출감소에 따른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순현 소비재사업본부장은 『듀라셀이 당초 약속과 달리 서통의 건전지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재고가 누증됐을 뿐더러 독자 브랜드를 통한 수출에도 차질을 빚어 독자 유통조직을 통한 독자 브랜드의 건전지를 내수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내수시장 재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듀라셀과의 전략적 제휴 전까지만 해도 서통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약 40%에 달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 썬파워 브랜드 건전지 판매량은 무려 40% 이상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도 27%대로 떨어졌다』며 『이는 듀라셀이 당초의 약속과 달리 국산 건전지를 고사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해오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듀라셀은 그동안 무원칙한 건전지 생산주문을 의뢰, 서통이 체계적인 건전지 생산계획을 수립할 수 없게 했을 뿐더러 납품가격을 지속적으로 인하, 서통은 생산비를 건지기도 힘들 정도로 채산성이 악화됐다는 것.
듀라셀측의 이같은 처사에 계속 끌려갈 경우, 건전지업체로서의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서통은 내수판매 재개라는 칼을 빼들게 된 것이다. 물론 내수재개에 앞서 서통은 다각적측면에서 내수시장 재참여로 불거질 수 있는 변수에 대한 도상훈련도 마쳤다.
한 본부장은 『서통은 앞으로 3년 안에 「벡셀」이라는 브랜드로 국내 건전지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동안 내수용 건전지분야에서 잃어버렸던 국산 건전지의 위상을 회복하고 나아가 리튬이온전지 등 차세대 전지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굳건히 세우는 데 내수시장 재참여의 참뜻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서통이 내수시장에 본격 참여하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외국업체가 시장을 거의 석권해온 국내 건전지시장에 국산 건전지와 외산 건전지 사이의 치열한 시장 주도권 경쟁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