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리눅스> "언더그라운드 OS"가 떴다!

 이제 리눅스의 언더그라운드 시대는 끝났다.

 요즘 대학가에선 컴퓨터 기크(Geek : 한 분야만 파고드는 전문가 집단) 사이에 리눅스 모르면 그야말로 왕따다. PC통신 동아리에서도 전 같으면 외인부대 취급을 했을 리눅스 사용자들을 이제 「한수 위」로 대접한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 전문상가는 올들어 부쩍 늘어난 초보 리눅서들로 붐빈다.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 만난 김모군(연세대 물리학과 3년)은 『졸업 후 네트워크 관리자가 되기 위해 리눅스 공부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한다. 용산의 리눅스 전용매장 리눅서의 김동관 사장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5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리눅스서버 관리자의 대졸 초임이 3000만원 정도로 다른 직종보다 높기 때문에 대학생 사이에 리눅스가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학가뿐 아니라 직장인 중에도 리눅스 사용자층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잇따라 개최되는 리눅스 포럼이나 콘퍼런스에 참가해 보면 리눅스 열기를 체감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27, 28일 이틀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리눅스! 새 천년을 위한 소프트웨어」라는 주제로 「제1회 리눅스 포럼(Linux Forum)99」가 열려 리눅서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리눅스의 기술흐름을 한눈에 살펴보고 가장 뜨거운 쟁점들이 무엇인지 짚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포럼은 존 매드독 홀 리눅스 인터내셔널 대표의 기조연설에 이어 일본의 저명한 학자인 호세대학 T L 커니 교수와 정보통신부 임종태 과장의 특별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또 「리눅스 기반 슈퍼컴퓨터 개발」 「리눅스 VOD 서버 개발」 「리눅스 자바 ORB 구현」 「리눅스 환경에서의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주제발표와 함께 리눅스 신제품 전시회도 열리게 된다. 리눅스 포럼을 시작으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책이 논의되고 있어 앞으로 리눅스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는 리눅스 기술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한 리눅스 협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리눅스 장비를 활용한 교육정보화 시범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리눅스 경진대회를 열고 국가인증 자격증시험에 리눅스를 시험과목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처럼 리눅스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무엇보다도 리눅스가 컴퓨터 유저들이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OS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눅스가 처음 등장했던 91년에는 이 새로운 OS를 설치하려면 커널을 크로스 컴파일해 부팅해야만 했다. 웬만한 실력으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었던 시절이다.

 그 후 93년쯤 SLS라는 이름의 배포판이 나왔지만 뜻모를 명령어를 줄줄이 입력하면서 며칠 밤을 새워야 겨우 설치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리눅스가 대중화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패트릭 볼커딩이라는 엔지니어가 「슬랙웨어(Slackware)」를 내놓은 다음부터다. 지금의 배포판보다는 훨씬 복잡했지만 이때쯤부터 멀티플랫폼으로의 포팅이 가능해지면서 리눅스 마니아층이 두터워졌다.

 그러다가 96년 발표된 레드햇(RedHat)은 배포판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편리성과 기능면에서 이전의 제품을 압도했다. 그후 수세 리눅스, 터보 리눅스, 오픈 리눅스, 데비안 리눅스, 리눅스 맨드레이크(Linux mandrake), 스템피드 리눅스 등 리눅스 클론들이 가세했다.

 이 중 독일에서 만들어진 수세 리눅스는 안정적이고 고급스러운 구조로 리눅스 전문가들이 많이 찾는다. 또 오픈 리눅스는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지만 GUI 관리툴이 뛰어나 기업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국내 리눅서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지난달 알짜 리눅스, 엑셀 리눅스, 파워 리눅스가 나왔고 아래아한글 리눅스판을 한데 묶은 미지 리눅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배포판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레드햇 리눅스 7.0이 출시될 연말에는 리눅스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리눅스 애호가들은 리눅스가 컴퓨터 사용자들이 거절하기 힘든 몇가지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저렴한 가격은 윈도가 따라잡기 힘든 리눅스만의 강점이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눅스는 기본적으로 무료다. 배포판을 구입한다 해도 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 소스 프로그램을 합쳐 윈도NT의 10분의 1이면 충분하다. 멀티 프로세서 시스템이라는 것도 리눅스의 미덕이다. 인텔 호환 컴퓨터를 비롯해 매킨토시(PowerPC), 선 스파크(Sun SPARC), 디지털 알파(DEC ALPHA) 등이 모두 리눅스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또 거의 모든 서버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메일 서버인 센드메일(sendmail), 웹서버 아파치(apache), 파일/프린터 서버 삼바(samba), 뉴스 서버 innd, DNS 서버 네임드(named) 등이 리눅스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버 프로그램들이다. 성능면에서도 리눅스는 윈도NT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강력한 다중처리, 가상메모리, 공유 라이브러리, 뛰어난 메모리 관리시스템, 강력한 TCP/IP 네트워킹 등을 갖추고 있어 까다로운 기술평론가들도 윈도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게다가 리눅스는 최근 커널기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2.0에 이어 2년 반 만에 공개된 리눅스 커널 2.2는 강력한 멀티프로세서 지원과 웹서버의 스피드를 배가시키는 파일시스템으로 리눅스의 황금기를 예고하고 있다.

 IT업계 대기업들의 광범위한 지지도 리눅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게 한다. 선·오라클·IBM·컴팩·델·HP·애플로 이어지는 반MS전선은 「오픈소스」 운동으로 리눅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넷스케이프사에 이어 애플이 매킨토시 OS의 소스코드를 공개했고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도 「스파크(SPARC)」와 함께 자바기술을 개방했다.

 윈도 운용체계용 셸도구인 「라이트스텝」이나 MP3파일 재생기 「프리앰프」 등도 오픈소스 운동으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공개 소프트웨어. 정보의 공유는 곧 리눅스와 자유소프트연합의 이념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오픈소스 운동은 리눅스의 영향력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KDE, GNOME 같은 GUI가 리눅스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내다본다. 유럽에서 시작된 KDE(K Desktop Environment)와 미국에서 개발중인 GNOME(GNU Object Model Environment)은 리눅스를 마치 윈도처럼 쉽고 재미있는 OS로 만들어줄 데스크톱 인터페이스들. 응용프로그램의 부족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눅스는 멀지 않아 윈도를 위협하는 메이저OS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리눅스 포럼에 초청인사로 나온 리누스 토발즈는 『리눅스가 윈도를 무너뜨리는(Crush) 것은 단지 시간문제』라는 말로 MS를 자극했다.

 이에 대해 MS측은 『OS로서 리눅스는 한계가 있어 윈도의 경쟁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응수했다. 빌 게이츠도 『리눅스가 개방적 구조 때문에 여러 프로그래머의 손을 거치고 그 결과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에는 무리가 없지만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로는 부적합하다』는 말로 리눅스를 비평했다.

 리눅스가 과연 메이저 OS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하지만 GNU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리눅스는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다.

 보통 리눅스라고 불리는 운용체계는 엄밀하게 말하면 「그누/리눅스」로 애초 토발즈가 작성한 코드는 전체의 5% 남짓에 불과하다. 결국 리눅스를 만든 것은 GNU에 동조하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다. 이들이 흩어지지 않는 한 리눅스의 윈도 침공은 계속될 것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