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iBiz 11> 국내기업들의 잘못된 인터넷비즈니스觀

 국내 기업들이 인터넷비즈니스를 경영혁신 차원보다는 정보기술에 치우쳐 추진,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진 기업들은 경영혁신 차원에서 인터넷비즈니스를 추진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첨단 인터넷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만 골몰, 낡은 경영전략을 뜯어고치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기업들이 인터넷 혁명의 물결을 타지 못하고 언저리만 맴돌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관심도는 선진국 수준. 하지만 접근방식은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산 조직 위주의 사업 준비가 단적인 사례다. 인터넷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국내 기업 중 열에 아홉은 전산실 위주로 전담팀을 운영한다. 경영기획실이나 마케팅실을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난해한 인터넷 기술의 특성상 정통한 전산 전문가의 참여는 당연하다. 그렇지만 기술 위주로 논의가 흘러 경영전략과 동떨어진 기술전략만 내놓기 일쑤다.

 『특정 솔루션의 기능 분석이나 시스템 설계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그렇지만 경영전략에 맞춰 어떻게 인터넷을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 개진은 거의 없다. 기술을 아는 것도 중요하나 경영전략에 대한 이해없이 기술만 논의해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장중호 박사)

 경영전문가보다 전산전문가 중심으로 팀을 구성한 결과다. 경영전략과 IT에 모두 정통한 전문가가 적은 것도 한 요인이다. 컨설팅업체보다는 솔루션업체가 국내 인터넷비즈니스 논의를 주도하는 것도 한몫을 한다.

 『인터넷비즈니스가 확대되면 기존 조직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라지는 조직이 나올 게 뻔하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에 대해 알려고도 말하려 하지도 않는다.』 한 전자업체의 인터넷비즈니스추진팀 관계자는 앞으로 닥칠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대한 불안감이 IT에 대한 관심 집중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제 초기 단계에서 조직개편을 운운하기에는 이르다.

 인터넷비즈니스 확산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비즈니스가 IT보다는 경영의 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비즈니스는 기업에 기존의 비즈니스 관행과 단절할 것을 요구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대면하면서 중간상의 역할은 사라지게 된다. 중간상을 전제로 한 기존 비즈니스 관행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인터넷비즈니스는 단순히 인터넷 기반의 정보시스템 구축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이러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선진 기업들은 인터넷비즈니스를 경영혁신의 도구로 활용한다.

 인터넷비즈니스에 맞게 기존의 낡은 업무프로세스를 혁신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가상 공간에로의 시장영역 확대는 부산물일 따름이다.

 이른바 「e­엔지니어링」이다. 최근 등장한 이 단어는 90년대 유행처럼 번졌던 리엔지니어링에 정보기술이라는 새 옷을 입힌 것이다.

 SAP코리아 오영수 이사는 『경영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은 인터넷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 점에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 아마존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비즈니스의 대명사인 아마존은 그 명성에도 불구,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낡은 업무프로세스를 고집한 결과다.

 이를 뒤늦게 깨달은 아마존의 경영진은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들어갔다. ERP는 인터넷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정보기술일 뿐만 아니라 기존 업무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경영혁신의 핵심 도구다. 아마존은 인터넷사업을 확대할수록 경영혁신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모양이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