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CPU> PC용 CPU시장 동향

「인텔의 독주는 지속될 것인가.」

 PC용 CPU시장에서 지난해 잠깐 주춤했던 인텔의 기세가 올들어 다시 당당해지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호환칩업체들은 인텔 CPU의 가격과 성능에서 모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저가 PC에서부터 고성능 PC까지 인텔의 제품이 판을 치고 있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인텔이 아니면 PC용 CPU를 판매하기 힘들 것(If you’re not Intel, it’s pretty tough to sell (PC) microprocessors)』이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다.

 인텔의 독주는 저가 PC시장을 겨냥한 셀러론과 고가의 펜티엄Ⅲ 프로세서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저가용 시장은 AMD·사이릭스 등에 내주고 성능 위주의 고가 정책만을 펴오던 인텔은 지난해부터 셀러론을 내세우며 후발업체의 목을 죄어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균 1분기에 1, 2번씩 단행된 인텔의 가격인하가 올들어서는 월 1회 가량으로 늘어났고, 호환칩업체들이 인텔의 특정제품에 대응한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인텔은 1개월 내에 이에 대응해 특정제품의 가격을 평균 20% 가량 인하했다.

 최근 AMD가 「애슬론」으로 명칭된 7세대 프로세서인 500㎒·550㎒·600㎒ 「K7」을 개발, 다음달부터 본격 공급한다고 발표하자 인텔은 펜티엄Ⅲ를 현재보다 20% 가량 낮은 가격으로 조만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CPU공급업체들이 제품출하를 꺼려 최근에는 펜티엄Ⅲ 프로세서의 부족현상까지 빚고 있다.

 호환칩업체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내내 인텔의 가격정책에 고전해 왔고 인텔이 가격을 내리면 따라서 내릴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인텔의 독주는 올 상반기 인텔과 호환칩업체들의 매출 및 수익구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인텔은 올 상반기에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가량 증가한 138억 달러를, 순이익은 약 50% 증가한 37억 달러를 달성했다. 1·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1억 달러를, PC판매의 최대 비수기인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한 67억 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했고 주당 순이익도 전년 상반기에 비해 55% 가량 성장했다.

 인텔 매출액의 대부분이 CPU를 통해 발생하는 만큼 인텔의 성장률은 CPU의 성장률을 그대로 대변한다.

 2·4분기에만 펜티엄Ⅲ 프로세서 550㎒, 셀러론 프로세서 466㎒, 0.18미크론 공정의 최초 제품인 노트북용 펜티엄Ⅱ 프로세서 400㎒ 및 셀러론 프로세서 400㎒ 등 다양한 CPU를 공급, 이들 제품이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인텔은 PC용 CPU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인터넷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들어 네트워크 분야에서만 다이어로직·레벨원·시바 등 5개사를 인수했고 총 35억 달러를 전세계 275개 회사에 투자했다. PC용 CPU사업도 현 체제는 유지하되 인터넷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반해 AMD·사이릭스·IDT 등 호환칩 업체들은 CPU 분야에서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급기야는 지난 97년 사이릭스를 인수했던 내셔널세미컨덕터가 최근 이를 다시 대만 비아사에 매각했으며, IDT 역시 최근 x86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철수키로 하고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소재한 자회사인 센토디자인(Centaur Design)의 「윈칩」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 소유권과 자산을 외부에 라이선싱하거나 이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인텔과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다.

 AMD는 올들어 저가 정책에서 탈피, 인텔 펜티엄 Ⅱ·Ⅲ 프로세서에 대응한 400∼500㎒ 「K6 Ⅱ·Ⅲ」 PC 및 노트북용 프로세서 등 7종 가량을 출시했으나 수익 면에서는 득을 보지 못했다.

 2·4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 성장한 5억9500만 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순이익에서 1억6200만 달러의 손실을 초래, 1·4분기에 이어 적자경영을 초래했다.

 매출액이 늘었으면서도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주력 제품인 「K6」의 평균 판매가격이 평균 14% 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AMD의 매출신장은 CPU보다는 플래시메모리의 덕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인텔의 독주는 거의 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다.

 인텔코리아는 올 상반기에 내수시장에서만 100만개 가량의 CPU를 공급,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의 매출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세계 시장에서 인텔의 CPU시장 점유율은 80∼85%인 데 반해 국내에서는 90∼95%에 달하고 있다. 국내 CPU시장을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인텔의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도 몇 가지 변수를 갖고 있다.

 우선 주목받는 것이 AMD의 야심작 「K7」 프로세서다. 「K7」은 AMD의 7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로 현존 인텔의 가장 빠른 프로세서인 「제온」을 능가하는 최고 600㎒ 클록속도의 제품이다.

 AMD가 인텔을 능가하는 속도의 제품을 개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애슬론」으로 명명된 「K7」은 550㎒·600㎒·650㎒ 등의 클록속도를 제공하는 3가지 모델로 구성됐으며 「알파 EV6」 프로토콜에 기반을 둔 200㎒ 시스템 버스를 채택하는 등 7세대 아키텍처로 설계돼 고성능 PC는 물론 워크스테이션·서버에도 적합하다.

 또 높은 클록 주파수에 최적화한 9단계 슈퍼 스칼라 마이크로 아키텍처, x86 플랫폼을 위한 100% 파이프라인형 슈퍼 스칼라 부동소수점 유닛, 128KB 온칩 L1 캐시 및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후면 L2 캐시 등의 기술을 적용해 성능 면에서는 인텔의 제품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컴팩·델 등 상당수의 PC업체들이 「K7」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MD 측은 『「K7」 출시로 AMD는 저가 제품에서 고성능 제품까지 PC용 분야에서는 인텔에 고루 대응할 수 있는 제품군을 구성하게 됐다』며 『더 이상 인텔의 가격정책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만의 최대 그룹인 포모사(Formosa)의 자회사인 비아의 움직임은 더욱 높은 관심을 모은다.

 이달 초 내셔널세미컨덕터로부터 사이릭스 CPU사업을 인수한 비아는 인텔에는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다. 비아 측은 사이릭스 인수배경을 「인텔과의 경쟁을 위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다.

 비아는 칩세트와 메모리간의 버스속도가 100㎒인 「PC100」규격에서 램버스 D램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인텔에 대항, SD램을 지원하는 「PC133」규격을 내세우며 칩세트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인텔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비아사를 제소하는 한편 최근에는 당분간 「PC133」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비아사는 사이릭스를 인수,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비아사는 최근 CPU사업에 관한 정책을 어느 정도 수립, 다음달까지 인수를 완료하고 오는 9월부터는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아의 정책은 AMD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인텔과의 경쟁이다. 최근 방한한 비아의 티모시 첸 부장은 『비아는 당분간 사이릭스 칩을 칩세트와 연계해 저가 시장을 공략할 것이고 고성능 시장은 AMD의 「K7」에 비아 칩세트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텔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아는 AMD와 동반자 관계를 희망하고 있고 AMD 역시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AMD가 다음달에 발표할 예정인 「K7」의 칩세트를 비아사가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아는 또 기존 사이릭스가 공급해 왔던 「MⅡ」 프로세서와 함께 「고비(Gobi)」라는 코드명으로 개발중이던 466㎒·500㎒ 프로세서를 4·4분기부터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내년경에는 「모하비(Mojave)」로 명명된 1㎓의 프로세서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IDT의 인수업체가 누가 될 것인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IDT의 현존 제품이 인텔의 셀러론 프로세서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풍부한 자금력과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가 인수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PC를 비롯한 시스템업체들은 이들 호환칩업체의 선전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인텔이 후발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지속적인 가격인하 정책을 펴왔고 이로 인한 반사효과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인텔의 독주가 지속될 경우 종속의 그늘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홍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