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기(IA : Information Appliances) 프로세서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있다.
정보기기는 인터넷 환경을 기본으로 PC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며 손쉽게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차세대 제품으로 디지털 세트톱 박스, 개인휴대단말기(PDA), 웹패드, 스마트폰, 신(Thin)클라이언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 중 상당수는 샘플 제품만 출시됐고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기획단계에 있어 향후 어떤 것을 정보기기로 분류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도 정확히 수립되지 않았다. 그만큼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현재 인터넷으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접속장치로 PC가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PC는 비교적 고가의 장비면서 장비 자체가 복잡해 이를 활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을 요구한다.
이같은 점을 개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기능의 단순화와 사용의 편리성을 높이는 것이 IA다.
IBM의 필 헤스터 부사장은 지난달 미국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PC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이미 3세대 기술혁명을 경험했고 새로운 시장의 출현을 목격하고 있다. 네번째 혁명은 IA가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내셔널세미컨덕터(NS)의 브라이언 할라 회장 역시 최근 방한해 『컴퓨터시대에서 정보시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고 스피드를 추구하기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다양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맛볼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하는 시대』라며 『IA가 정보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2002년에 미국 내에서 IA가 출하 대수에서 PC보다 앞설 것이고 2010년에는 네트워크컴퓨터(NC)를 포함한 IA시장 규모가 PC시장의 10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기존 컴퓨터업체들은 새로운 개념의 정보기기 개발에 여념이 없으며 반도체업체들은 정보기기의 두뇌역할을 담당할 프로세서를 잇따라 개발, 공급하고 있다.
아직까지 누가 이 시장을 이끌지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는 미개척 분야지만 프로세서 분야에서는 NS의 「IA 온 어 칩(On A Chip」과 인텔의 「스트롱암」, LG반도체 등이 개발하고 있는 「자바칩」을 눈여겨 볼만하다.
NS는 이달 초 하나의 칩에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스템 로직, MPEG, 오디오, TV입출력 및 주변기기 입출력기능 등 D램과 높은 전력을 소모하는 일부 부품을 제외한 PC의 주요 기능을 하나의 칩에 담은 「지오드(Geode) SC1400」을 출시,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오드는 사이릭스의 x86기반 「미디어GX」 프로세서 코어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당초 NS는 PC시장을 겨냥, 「PC 온 어 칩」이라는 코드명으로 제품을 개발해 왔으나 9개월 전 정책을 변경, IA용 프로세서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시장을 조사한 결과 PC보다는 IA시장 성장이 훨씬 빠를 것으로 NS는 판단했다. 지오드의 첫 작품은 대화형 디지털 세트톱 박스시장을 겨냥한 지오드 SC1400이다.
지오드 SC1400은 세트톱 박스에 내장되는 6개의 주요 칩을 하나의 칩에 구현한 266㎒ 프로세서다. 이 프로세서는 NS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아날로그 기술이 결합돼 전력 관리와 전압 안정 및 비디오·오디오 처리가 유연하다.
NS측은 『기존 시스템 설계자들이 x86 아키텍처에 익숙해져 있어 개발이 용이하고 개발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특징을 갖췄다』며 『아메리카 온라인(AOL), 에이서, 필립스 등이 이 제품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NS는 향후 웹패드, 신클라이언트 등을 염두에 둔 프로세서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LG반도체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자바(Java)칩(제품명 MJ501)을 첫 개발, 올 연말부터 본격 생산체제에 돌입한다.
LG반도체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첫선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지난 97년 자바칩 개발에 따른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 2년여 만에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MJ501」은 100㎒의 속도에 메모리 컨트롤러, 2D그래픽 엔진, 음극선관(CRT) 컨트롤러, 오디오 및 PCI 인터페이스기능 등을 갖춘 지능형 프로세서다.
또 MJ501은 2칩 또는 3칩으로 구성해야 했던 시스템 솔루션을 1칩으로 해결, 시스템 제작의 소형화와 디자인의 편이성을 제공하며 시스템 개발기간과 비용절감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구성됐다.
LG반도체는 『외국 유명 반도체업체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IA용 프로세서를 외국 업체보다 한발 앞서 시장에 출시할 수 있어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제품은 세트톱 박스, 스크린폰, 무인종합정보안내시스템(KIOSK) 등 네트워크 환경의 각종 IA기기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라이선싱 계약을 맺은 일본NEC와 후지쯔 등도 조만간 자바칩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IA시장을 두고 자바칩간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7년 영국 ARM사와 임베디드(Embeded) RISC 프로세서인 스트롱암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인텔은 이에 기반한 「차세대 스트롱암칩」을 이르면 올 연말경에 출시한다.
차세대 스트롱암 기술은 첨단 마이크로 아키텍처와 밀리와트(㎽)당 MIPS(초당 100만개의 명령을 수행하는 연산속도 단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회로설계 기술이 채택됐다.
기존 ARM 아키텍처와 완전한 호환성을 가지며 윈도·윈도CE·자바OS 등 대부분의 운용체계를 지원한다.
인텔측은 『차세대 스트롱암 기술은 현재 사용되는 스트롱암에 비해 전력 소모를 0.5W 미만으로 낮추면서도 2∼3배의 향상된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차세대 스트롱암 프로세서는 불과 40∼450㎽의 전력을 소비하면서 150∼600㎒의 속도로 185∼750MIPS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모토롤러가 지난해 선보인 「M코어」도 IA에 적합한 프로세서다. 이 회사는 M코어의 라이선싱사업을 펼쳐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이를 공급, PDA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64비트 RISC칩이면서 300㎒ 클록속도를 제공하는 「울트라 스파크 Ⅱe」를, IDT가 240㎒ 64비트 RISC칩을 최근 출시, IA시장 공략에 나섰다.
영국 ARM사는 IA의 두뇌기능을 담당하는 RISC 프로세서를 개발, 이를 상당수 업체에 제공하는 라이선싱사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어 주목받는 업체다. ARM사는 직접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지는 않지만 핵심기술인 코어를 개발, 이를 라이선싱해주는 방식으로 IA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인텔·히타치·록웰·TI·디지털·소니·필립스·LSI 등 유명 반도체업체들이 ARM사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국내 업체를 포함, 전세계 30여개 반도체업체들이 ARM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에 ARM사의 코어를 기반으로 판매된 칩만 전년대비 500% 성장한 5200만개였다.
현재 「ARM7」 「스트롱 ARM」 「ARM9」 「ARM9E」 등이 개발돼 있으며 이 중 ARM9은 0.25미크론 공정에서 200MIPS 이상의 성능을, 개발중인 ARM10은 0.18미크론 프로세스에서 400MIPS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ARM의 기술은 고성능 저전력을 요구하는 각종 IA에 적합한 설계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밉스사도 ARM사와 같은 형태의 코어 라이선싱사업을 펼쳐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밉스 코어를 이용한 IA용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으며 전세계 유명 반도체업체들이 「떠오르는 시장」을 겨냥한 프로세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홍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