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PU를 비롯한 차세대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의 최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구리칩」 기술이다.
구리칩 제조공정은 현재 반도체 회로 합성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대신 구리를 실리콘 표면에 입혀 최대 1억개 가까운 트랜지스터를 한 개의 칩에 집적시킬 수 있는 기술로, 신호전송능력을 40% 가량 향상시키고 전력소모량을 크게 줄이며 CPU 같은 다층배선제품에서는 제조비용을 지금보다 30% 가량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이다.
이 때문에 구리칩은 빠른 처리속도와 저전력 소모를 요구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디지털신호처리칩(DSP) 등과 같은 각종 시스템 IC 분야에서 향후 기가D램급 메모리 소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97년 IBM이 세계 최초로 구리칩 기술을 개발한 이후 모토롤러·텍사스인스트루먼츠(TI)·AMD 등 외국 반도체업체는 물론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구리칩 개발 계획을 잇따라 밝히는 등 구리칩 제조공정 도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구리칩 기술의 개척자인 IBM만이 이 기술을 적용한 파워PC를 일부 출하하고 있을 뿐 대부분 업체들은 여전히 본격적인 제품 출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구리칩 제조공정이 실제 양산라인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구리공정에서만 특이하게 발생하는 각종 프로세스상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제조공정 기술과 장비들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회로선폭이 0.13미크론 미만이고 가로·세로비가 5 대 1 이상인 반도체 회로에 구리를 신뢰성 있게 채워 넣기 위해서는 구리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배리어(Barrier)층과 시드(Seed)층을 도포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공정 기술상의 여러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구리 증착 및 에칭장비와 화학·기계적 연마(CMP) 그리고 구리 도금장비 등이 개발되지 않는 한 구리칩 제조 기술의 상용화는 불가능하다.
이처럼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다 보니 일부 업체들은 구리칩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이 기술의 적용엔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텔의 경우 0.13미크론 선폭의 회로가공 기술이 채택될 오는 2001년까지는 구리칩 양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IBM을 포함한 많은 업체들은 구리칩 생산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IBM은 지난해 이미 구리칩 기술을 적용한 데스크톱용 파워PC를 출하한 데 이어 올들어서도 서버용 제품을 개발, 연내 자사 생산 서버에 채택할 예정이다.
그 뒤를 이어 구리칩 생산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곳이 모토롤러와 AMD 그리고 국내 삼성전자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들이다.
AMD는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공장을 구리칩 전용 생산공장으로 삼아 4·4분기부터 본격 가동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0.18미크론의 애슬론 프로세서에 구리칩 기술을 전면 적용해 내년 말까지 처리속도를 1㎓대로 높일 계획이다.
모토롤러도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구리칩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기존 알파칩 생산라인에 구리칩 제조공정을 도입하는 작업을 이미 진행중이며 화학·기계적 연마(CMP) 등 관련장비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대만 업체 중에선 UMC와 TSMC의 구리칩 생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UMC의 경우 칩 상층부의 2개층에 구리를 사용해 0.18미크론 기술로 가공한 반도체 시제품을 이번 분기말 발표하고 4·4분기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TSMC 또한 UMC와 비슷한 일정을 갖고 구리칩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업체로는 NEC가 올 하반기부터 주문형 반도체(ASIC) 제품에 구리칩 기술을 채택할 계획이며 유럽지역의 필립스와 지멘스는 오는 2000년부터 구리칩 기술의 도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