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가격경쟁

 미국산 담배 중 「웨스트」라는 게 있다. 지난 83년 이 담배의 가격이 13% 인하됐다. 그러자 4개월이 채 안돼 판매량이 20배 늘어났고 시장점유율도 0.6%에서 10%로 올랐다. 「말보로」담배로 유명한 필립모리스사도 가격인하 전쟁에 불씨를 지핀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29%까지 올랐다. 표면적으론 이들 두 회사의 가격인하 정책이 대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곧바로 가격인하 대열에 참가한 것은 물론이다. 순식간에 담배 가격구조가 무너지고 이로 인해 그간 안정됐던 담배산업이 비틀거린 것은 당연했다. 필립모리스사는 가격인하로 영업이익이 무려 23억 달러나 줄었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흔들렸던 미국 담배업계가 안정된 수익구조를 찾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고 한다.

 정부가 과열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단말기 보조금 축소정책을 펴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이동전화업계의 가격인하 경쟁이 최근 재연되고 있다. 소비자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가격하락에 가속도가 붙어 마침내 「공짜경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벌어졌던 담뱃값 인하경쟁보다 더 심해지고 있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가격경쟁을 하면 자신에게는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가격경쟁과 기술의 발전이 전제된 가격인하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단기적 매출상승을 위해 가격파괴를 구호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고, 이러한 가격인하는 경쟁사를 자극시켜 소위 「가격전쟁」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S&P 1000대 기업의 경우 매출이나 원가의 변화 없이 단 1%의 가격인하만으로도 평균 영업이익은 7∼8%, 순익은 12∼13%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모적인 가격전쟁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고 오히려 산업 전체의 수익성만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현재 국내 이동전화업계가 벌이고 있는 과당경쟁의 폐해를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값만 싸다고 만족하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만큼 가치있다면 그것을 더 좋아한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맞는, 제가격을 받는 영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