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美 SW업계, SW 불법복제 단속 놓고 대립

 올들어 정부가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는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단속을 놓고 정부와 미국 SW업계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SW업체들은 한국정부의 SW 불법복제 단속에 문제가 있다며 청와대·검찰 등 주요 정부기관에 항의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이들 외국사가 민간기업의 활동범위를 벗어나 내정간섭 수준의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등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미국 SW업체들은 미 SW업계의 대표단체인 사무용 소프트웨어연합(BSA) 명의로 지난달 청와대에 한국정부의 SW 불법복제 단속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항의문을 전달한 데 이어 이달 19일에는 BSA와 외국 SW회사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의 공동명의로 검찰의 최근 불법복제 단속결과 자료공개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검찰총장에게 전달하는 등 정부의 SW 불법복제 단속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BSA는 이와 관련, 지난달 정부의 SW 불법복제 단속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항의문을 청와대에 발송하는 한편 이 항의문을 통해 『현재 SW 불법복제 단속이 국산 SW의 불법복제만을 단속할 뿐 외국산 SW 복제에 대한 단속을 소홀히 하고 있고, 단속활동에 SW회사 대표자들의 참석을 막고 단속결과에 대한 정보공유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BSA와 SPC는 또 최근 검찰총장에게 발송한 건의문에서 『이번 단속과정에서 피해자 단체가 배제되는 바람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있다』며 『단속시 피해자 단체의 참여와 현재 단속된 결과를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또 이 건의문에서 『워드프로세서 등 기존 단속 대상품목 이외에 외국산 SW가 많은 운용체계(OS)나 인터넷 프로그램, 캐드프로그램, 그래픽 프로그램 등을 단속대상에 포함시키는 한편 단속대상 기관도 이미 단속했던 기관까지 포함한 무차별 단속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SW업체들은 이와 별도로 미국정부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로로 한국에 지적재산권 통상압력을 가하도록 요구하는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때문에 지난달에는 대통령의 미국방문에 앞서 주한미대사관 관계자는 정보통신부에 SW 불법복제 단속문제를 대통령의 방미의제로 삼자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SW업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최근 검찰의 단속은 국산·외산 SW에 관계없이 매우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고 단속결과도 모두 공개되고 있다』며 미국 SW업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 SW업체들이 요구하는 단속활동에 대한 직접 참여와 관련, 『세계적으로 공권력의 행사에 민간이 참여하는 예는 없다』고 전제하고 『과거 불법복제 단속에 있어서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SW업체들을 일부 참여시킨 바 있지만 이제 노하우와 전문인력이 충분히 쌓인 만큼 단독으로 충분히 활동 가능하다』며 『단속활동에 자신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발상은 내정간섭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창호기자 c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