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LGLCD가 LG와 필립스의 합작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5월 중순에 합작 의향을 밝힌 지 두달만에 최종적으로 합작계약에 조인하고 구본준 전 LG반도체 사장 체제가 들어선 것.
두 회사의 합작은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필립스의 본스트라 회장은 『LCD는 매년 20%씩 성장, 몇년동안 공급부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LG측과 LCD사업을 합작하게 됐다』면서 『LG의 개방적인 면과 신뢰성 이외에 특히 공장을 방문한 후 품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LG측을 합작 파트너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구자홍 LG전자 부회장도 『LCD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면서 외자유치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필립스측과 손잡게 됐다』면서 『LCD의 매각으로 유입되는 16억달러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LCD·PDP 등 승부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디지털 혁명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 LCD사업에서 합작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본스트라 회장은 LG의 저비용 고효율 생산능력에 필립스의 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결합하면 합작법인은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공동경영 원칙에서 각각 3명의 이사회 임원을 지명해 6인의 이사회를 운영하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하기로 했다.
LG가 지명하는 CEO와 필립스가 지명하는 CFO가 공동대표로 운영하는데 LG측은 CEO로 구본무 회장의 실제인 구본준 전 반도체 사장을 선임했다. 따라서 다음주부터 공장이 휴가철이라 다음달 중순부터나 본격적으로 구본준 사장이 움직이면서 대폭적인 체제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합작법인은 신규시장에 뛰어든 대만과 설비증설에 나선 일본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독자생존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필립스측의 본스트라 회장은 『LCD합작법인은 자생력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서 생긴 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LCD합작법인에만 초점을 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구자홍 부회장은 『앞으로 1조4000억원을 투자, 680×880㎜ 규격의 제3라인에 대한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작사는 TFT LCD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주안점을 두고 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과제는 합작운영시 예상되는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다. 특히 필립스측이 일본 호시덴과의 합작에서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경영에 관여할 경우 불협화음이 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LG측은 『지난해부터 양사의 최고경영자들 사이에 많은 교류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개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측면에서도 상호 기업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고 밝혔다.
구자홍 부회장은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합작사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경험을 토대로 공동경영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