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훈 훈테크 사장.임희현 아이패스 사장
90년대 초반 PC용 사운드카드 시장에 「옥소리」 돌풍을 일으켰던 훈테크의 김범훈 사장(41)과 서울대 4학년 재학중 휴학하고 이달 7일 인터넷 마케팅회사인 아이패스를 설립한 임희현 사장(22). 성공벤처를 꿈꾸는 벤처 선후배가 보는 벤처의 정의는 어떤 것일까.
김범훈 사장은 현재 일고 있는 벤처붐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 중에 하나.
김 사장은 『새로운 사업이 벤처의 모든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새로운 개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벤처』라며 벤처에 대해 사회 전체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독창적이며 독점적인 자기만의 기술과 상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임희현 사장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기술을 우선시하며 팀워크를 중시하는 것』이 벤처의 기준이라고 말하는 임 사장은 아이패스의 예를 들어 『사업분야로서 인터넷은 시간을 다투는 곳이며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두 벤처기업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치된 의견을 보여줬다.
김 사장은 『세계의 사용자들이 자신의 업체를 통해서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벤처』라고 강조했고 임 사장 역시 『경쟁상대는 마이크로소프트』라며 젊은이 특유의 패기를 내비쳤다.
최근에는 기술력보다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벤처창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이목을 끄는 반짝 아이디어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일뿐 거품』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결국 『회사가 무너지면 골탕을 먹는 것은 누군가』라고 반문하며 기업의 윤리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임 사장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경영하는 아이패스를 궁극적으로는 종합 마케팅회사로 키우겠다고 말한다.
초기 벤처기업의 자세에 대해 두 사장은 분명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김 사장은 『벤처자금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면 벤처를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 사장은 『벤처는 주변 기회를 적극 활용할 줄 알아야 하며 정부의 지원자금도 적극적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올랐을 때 기업을 팔아치우는 것이 최고라는 인식도 최근 벤처기업가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 이에 대해 김 사장은 『한탕주의는 결코 벤처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창출해내는 독점적 기술 보유와 함께 영원할 수 있는 기업이라야 벤처라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구 벤처창업가의 생각은 기술적 경쟁력 확보라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 했지만 김 사장이 헝그리 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 반면 임 사장은 기업조직의 팀워크와 환경의 적절한 이용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서 차이를 나타냈다.
<김상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