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 "기술 결함" 대책 없나

 오는 2001년부터 본방송에 들어가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보다 도시형 난시청지역이 매우 광범위하고 이동수신이나 실내 안테나를 통한 수신상태가 불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들은 우리나라가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국내 표준으로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방식을 선정했을 때부터 상당 부분 예견됐던 것이기도 하다.

 물론 유럽의 「디지털 브로드 캐스팅(DVB ­ T)」방식이나 일본의 「ISDB ­ T」방식이라고 해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아직은 「현재 진행형」의 기술을 채택하고 있고,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난제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내 방송계가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기술적인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향후 국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디지털 방송의 본격 시행시 매우 광범위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형 난시청 등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한 현안 과제다.

 특히 ATSC방식의 경우 TV수상기 및 안테나에 차량 등 이동하는 물체가 있으면 화질에 영향을 받는 「다이내믹 고스트」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경우에는 옥외 안테나가 아니라 실내 안테나를 설치한 일반 주택에서는 디지털 방송을 전혀 수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략 두가지 방향에서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다. 우선 디지털TV업체들이 수신 알고리듬을 개선한 디지털TV의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삼성·LG 등 업체들은 수상기의 핵심부품인 이퀄라이저(등화기)의 성능과 수신 알고리듬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을 출시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송신측면에서도 개선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방송의 실시로 난시청지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계기 자체에 디코딩기능을 갖도록 하고, 중계기의 설치장소를 증가시키면 난시청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동수신 문제는 아직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론적으로는 유럽(DVB­T)방식이나 일본(ISDB­T)방식이 ATSC방식보다 이동수신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 상용화되거나 준비하는 업체는 없다는 게 정통부측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동수신 문제는 디지털 방송의 본격 도입기에는 상당히 중요한 현안 문제로 부각될 게 틀림없어 보인다. 현재 보급중인 디지털TV가 워낙 대형이다 보니 자동차에 탑재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앞으로 수상기의 소형화가 진전됨에 따라 수상기의 차량탑재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동수신 문제는 ATSC 진영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최대 기술적인 난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ATSC방식은 DVB­T방식이나 ISDB ­ T방식과 달리 단일주파수망(SFN) 구축이 힘들다는 게 방송계의 정설이다. SFN은 한정된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일본 역시 SFN의 실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채널별로 6㎒대역을 할당하고 있고 NTSC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알려진 SFN의 구축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디지털TV방송용 주파수를 신규 배정하는 일이 예상 외로 힘들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방송의 본격 시행에 앞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난제들이 산적한 점을 감안할 때 정부·방송사·연구기관·디지털TV제조업체간에 디지털 방송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공조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며, 특히 개발·시험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