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DVD시대" 언제쯤 열리나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시장이 선진국에서는 폭발적인 수요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올해를 대중화의 원년으로 예측하고 있는 반면 국내 시장의 움직임은 극히 미진한 상태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세계 DVD 시장의 보급 추이는 완연한 폭발장세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VCR의 대체수요인 DVD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절반 정도의 비디오 대여점들이 DVD 타이틀 대여점이나 판매점으로 바뀔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DVD 비디오 그룹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DVD 플레이어 보유 대수는 지난해 130만대 규모에서 올해말 330만대까지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올 1·4분기에만 1000만장의 DVD 타이틀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40만대보다 2.5배 성장한 1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가까운 일본도 전년 25만대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55만대 수준으로 DVD 플레이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국내 DVD 플레이어 시장은 지난해 3000대 정도의 규모에서 올해는 5000∼1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외 DVD 플레이어의 가격은 인기 제품이 300∼400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VCR를 대체해 나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60만∼90만원대로 VCR에 비해서는 2배 가까이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은 DVD 플레이어보다는 오히려 DVD롬 드라이브 시장이 먼저 확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직까지 DVD 플레이어는 100만원대의 고가 가전제품에 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화 타이틀이 일반화되지 않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비해 DVD롬 드라이브 시장은 양상이 다르다. 올 9월경부터 게임 대작들이 DVD롬 타이틀로 대거 제작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초 출시돼 인기를 모았던 발더스 게이트의 차기버전이 DVD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전략게임을 중심으로 한 DVD 타이틀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DVD 타이틀과 함께 DVD롬 드라이브의 가격도 CD롬 드라이브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모은다. 현재 DVD롬 드라이브의 가격은 5배속 제품이 12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32배속 CD롬 드라이브가 6만∼7만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간 것에 비하면 아직 높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DVD롬 드라이브의 시장은 월 수백대 판매되는 데 그쳐 거의 매기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곧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DVD롬 드라이브 가격이 급속하게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주요 DVD롬 드라이브 가격을 보면 도시바의 6배속 DVD롬 드라이브가 88달러, 소니의 5배속 제품은 90달러, 크리에이티브사의 6배속 제품도 115달러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환율로 계산해 보면 대체로 10만원대 초반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의 DVD롬 드라이브 키트인 「PC DVD 앙코르」를 판매하고 있는 제이씨현시스템의 이정현 부장은 이와 관련, 『올해말쯤이면 8배속 DVD롬 드라이브 가격이 12만원대 정도까지 떨어질 것』이라면서 올해말이나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하락의 흐름에 따라 국내 시장 가격과의 편차가 생겨 일정 시점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외국산이 국내 시장을 주도, 가격하락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임 타이틀과 DVD롬 드라이브의 동반성장 추세는 올해말부터 시작될 DVD 영화 타이틀에 의해서도 뒷받침될 것으로 보인다.

 DVD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영화 분야에서는 역시 세계 시장의 성장을 배경으로 컬럼비아트라이스타·브에나비스타·20세기폭스 등 대형 직배사들이 조만간 한글 자막이 들어간 DVD 비디오 타이틀을 쏟아낼 예정으로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DVD 타이틀을 한번 만들 때 다국어 버전을 동시에 만들 수 있어 별도의 투자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미국·일본 등의 폭발적인 호응에 쉽게 합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같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는 9월부터 보급형 DVD롬 드라이브 양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DVS코리아 등 전문업체들도 호시탐탐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타이틀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하반기중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대형 PC업체들이 DVD롬 드라이브가 기본으로 장착된 고급형 PC를 내놓을 계획이어서 국내 DVD 시장도 급속하게 세계적인 물결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