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디지털 시대의 원칙과 스피드

 지난 28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2년간 친구와 함께 사이클로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온 존 인디애나 릭던(여·29)이라는 한 뉴욕인의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2년만에 돌아오니 만나는 사람마다 인터넷·웹사이트·디지털에 관한 이야기』라고 당혹감을 표시하는 그녀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각종 실제적 체험 때문에 『이게 진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인지, 어쩌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다. 굳이 이러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며칠 전에 출장차 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아는 선배 집에 들러 하루 저녁을 묵었는데 뭐 좀 살 것이 있어 부탁을 했더니 금방 컴퓨터 앞에 앉아 경매사이트에 접속한다. 내가 새것을 사야 된다고 했더니 그 선배는 투덜대며 가장 싼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주는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최근에 그 선배가 얼마나 싸게 물건을 구매했는지에 관한 자랑을 들어야 했다. 인터넷은 이제 일상생활이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당황해하는 건 개인이건 기업이건 마찬가지다. 변화에 대한 적응과 관련된 화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건 스피드, 즉 속도다. 비즈니스의 본질이 바뀌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소비자의 생활양식과 비즈니스에 관한 사람들의 기대치도 바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에의 적응은 기업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개선과 제품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디지털 정보의 흐름이라는 것이 이렇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느냐가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사활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식경영을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경영방식을 통해 속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고객을 이해하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내에 지식망과 디지털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 이를 기반으로 기업내외간 서로의 지식을 공유,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업은 고군 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다. 새로운 경영이론에 관한 이해, 기술에 관한 연구, 인터넷이 몰고 오는 변화에 관한 예측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뭔가 빠진 게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변화만을 좇아 서로간에 거품을 만드는가 하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그만 벤처기업이 하루아침에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이같은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변화 자체를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앞장서서 무작정 끌고 나가는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이나 임기응변식의 재치에 기반한 리더십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고객과 기업이 함께 나아가고 기업내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하나가 되어 집중할 수 있는 원칙 중심의 새로운 리더십이다. 누군가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아름다운 원칙」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서로간의 존중을 실현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지털시대가 진전되면 될수록 시대에 맞는 원칙을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새로운 시대에 얼핏 보면 모순된 화두인 「원칙과 스피드」, 이 두 단어가 서로 화합하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