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피코소프트 유주한 사장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화는 작은 것의 힘을 보여준 기술력의 승리였다. 그렇다면 마이크로보다 더 작은 단위로 1조분의 1을 뜻하는 「피코(pico)」의 힘이 미칠 수 있는 범위는?

 그 답은 요즘 부쩍 바빠진 피코소프트 유주한 사장(38)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지난 6년간 패키지웨어 개발에 주력, 국내에서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한 업체 중 하나라고 자랑하는 피코소프트는 최근 인터넷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사업 진출은 사실 시기의 문제였습니다. 피코소프트를 설립한 93년에도 인터넷 관련 책을 펴내고 웹 브라우저 환경의 신문서비스를 제안하는 등 아이디어는 많았죠. 하지만 사업화나 수익성 실현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기회를 보다가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겁니다』라고 유 사장은 말한다.

 피코소프트의 움직임이 물 만난 고기처럼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유 사장은 국내 인터넷·인트라넷 원격교육 부문 선발업체인 이미지네트의 사업부를 합병한 데 이어 웹 캘린더 서비스인 골드애플(www.goldapple.co.kr), 원격교육 사이트 런넷21(www.ln21.com) 등 분야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잇따라 오픈하는 등 인터넷 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골드애플은 명인2000의 정보관리 기능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생활계획표를 짜는 데 필요한 각종 이벤트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 출범 1개월도 되기 전에 이미 회원 1만여명을 확보했다.

 『그동안 개발한 비즈니스웨어를 인터넷에 접목하는 것이 인터넷사업에 진출하는 피코소프트의 방향입니다. 최근 하나의 경향이 되어버린 정보집중의 포털식 인터넷사업은 경제적인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죠.』 유 사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특정집단을 집중 공략, 커뮤니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1000만원대 인트라넷그룹웨어 무상보급은 이러한 맥락에서 짚어 볼 수 있다.

 현재 3000개에 달하는 국내 기업의 직원들이 아침마다 컴퓨터에서 피코소프트의 인트라넷 인터페이스를 맨 먼저 만난다. 그러나 유 사장의 청사진에서 이 정도 성과는 밑그림에 불과하다.

 『그동안의 노하우와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올 9월부터 웹 애플리케이션 호스팅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피코소프트의 웹 애플리케이션 호스팅 서비스는 명인인트라넷 등 그룹웨어뿐만 아니라 MIS, 런넷21을 통한 교육, 회계 솔루션까지를 웹상에서 제공하는 중소기업용 웹종합 솔루션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요. 내년까지 약 5만개의 국내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거기에 연말 출시 예정인 중소기업용 ERP까지 합쳐지면 중소기업을 위한 비즈니스웨어의 결정판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실질적인 구색이 갖추어지게 된다. 그외에 고객관리, 팩스, 인트라넷, 인스턴트메시징서비스 등 피코소프트의 그룹웨어 제품을 묶어 내놓고 호스팅서비스에 추가할 계획도 세웠다.

 유망한 청년 벤처기업가로서 6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서 지금까지 개발한 솔루션과 노하우를 이용한 비즈니스인터넷 전문회사로의 전환을 꾀할 정도로 그에게도 이력이 붙었다.

 전자신문 기자생활을 하면서 명함관리로 인한 두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틈틈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시절부터 생각하면 꽤 먼길을 온 셈이다. 그렇다면 이 길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컴퓨터란 것을 처음 신기하게 만지작거리던 때 인터넷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의 전도를 예상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