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와 네트워크 세계의 비밀을 캐는 「해킹」을 다룬 책이 선보여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권인택 인제정보시스템 과장(33)이 최근 펴낸 「해커를 위한 파워 핸드북」이 바로 그것.
특히 저자는 97년에도 「따라해보는 실전 해킹」을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출판사가 그의 두번째 책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 책은 현재 인터넷에서 수많은 해커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기술과 해킹 도구들을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해킹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우선 해킹의 의미를 「도둑이 가정집을 터는 것이나 밀수범이 불법제품을 들여오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딱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해킹은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데 비해 도둑질과 밀수는 실제공간에서 일어난다는 것 정도.
이러한 차이만 이해하면 『해킹은 더이상 골치 아프기는 커녕, 소설책을 읽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해킹이 이뤄지는 과정을 크게 3단계로 설명했다.
우선 해커의 신분을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IP 스푸핑(Spoofing), 네트워크의 허점을 찾는 포트 스캔(Port scan), 일단 해킹에 성공하면 발각되지 않고 안전하게 되돌아오는 길을 마련하는 백 도어(Back door)를 들 수 있다.
이 책은 또 해커들이 최근 스팸 메일 등을 대량으로 살포함으로써 컴퓨터 통신 서비스를 방해하거나(DoS),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와 NT시스템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Backorifice) 해킹기술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네트워크 관리자들이 들으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대목이다.
저자는 해킹 책을 펴낼 때 해킹이 갖는 이러한 양면성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다』고 실토한다.
이번에 핸드북을 펴낼 때에도 『독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독자의 무심한 장난으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두가지 상반되는 효과 때문에 무척 망설였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아직 국내에서 「해킹」하면 먼저 범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책을 통해 해커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불식되고 진정한 해커 문화의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해킹이야말로 정보사회의 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이색 주장도 내놓는다.
해킹은 비싼 장비나 고속의 네트워크가 필요없는, 가장 지적인 놀이라는 것이다.
한편 해킹 전문가로 통하는 저자는 연세대 철학과(85학번)를 졸업하고 지난 91년 한미은행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컴퓨터에는 관심이 없었던 「컴맹」이었다.
그는 한미은행에 입사한 후 전산실로 부서를 옮기면서 남들처럼 도스와 윈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리눅스로 컴퓨터를 배웠다.
그는 자연스럽게 네트워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고 인터넷의 수많은 해커 사이트와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시스템 엔지니어(MCSE) 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올해 초 직장마저 네트워크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 전문업체인 인제정보시스템으로 옮겼다.
컴퓨터는 이제 그의 유일한 취미일 뿐만 아니라 일터까지 마련해준 셈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