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방송, 청산절차 밟는다

 케이블TV 오락채널인 현대방송(HBS)이 숱한 아쉬움과 회한을 뒤로 한 채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오락채널로 사업자 허가를 받았지만 사실상 종합편성채널을 지향했던 「케이블TV 채널 19번」 HBS가 현대그룹의 구조 조정, IMF구제금융체제, 케이블TV사업의 극심한 부진 등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하고 출범 5년 만에 닻을 내리게 된 것이다.

 HBS의 청산은 방송사업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던 현대그룹이 방송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현대그룹 계열사인 울산 지역민방이 계열에서 분리됐으며, 케이블TV 음악채널인 KMTV도 진로가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청산 절차에 들어간 HBS는 전체 직원 160명 중 송출 및 지원부서 인력 39명을 제외한 전원이 7월 31일자로 퇴사했으며, 나머지 인력도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퇴직 직원들에게는 퇴직금과 3∼5개월씩의 퇴직위로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제작인력이 모두 퇴사했기 때문에 신규 제작이 불가능한데 청산 절차가 완료되는 오는 11월 말까지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외화, 기존 제작 프로그램을 순환 편성해 계속 내보내게 된다.

 예정대로라면 청산 절차가 완료되는 11월 말이면 HBS라는 회사가 케이블TV업계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다만 현재 진행중인 채널운영권 양도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면 19번 채널은 채널 이름을 변경해 방송을 정상적으로 재개할 수는 있다. 동아TV가 채널운영권만 분리해 매각한 방식과 동일한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HBS는 재벌그룹 계열사라는 막강한 재력을 배경으로 탤런트와 PD를 공채하고, 지상파 방송 수준의 스튜디오와 송출시설을 갖추는 등 케이블업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이같은 인력과 시설을 기반으로 일일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을 제작, 지상파 방송에 공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왔다.

 그러나 HBS의 이같은 의욕도 케이블TV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끝내 좌초하고 말았다. 케이블TV업계 전문가들은 『HBS의 청산이 IMF 이후 정상화 방안을 모색중인 케이블TV업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가장 의욕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었던 HBS가 좌초함에 따라 향후 국내 케이블TV업계에 극심한 프로그램 부족현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