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반인들의 부족한 인식과 법규와의 전쟁을 치렀던 PC게임방이 최근 들어선 이용료가 무너지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게임방 이용요금은 작년 상반기까지만해도 시간당 2000원대를 유지했으나, 작년 하반기 이후 게임방수가 폭증하며 이용료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져 올 3월 이후에는 서울 주요 지역 및 지방 대도시의 시간당 이용료가 1500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이용료 가격파괴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학·입시학원·고시촌이 밀집해 있는 주요 상권은 동일한 건물에 2개 이상의 게임방이 공존하는 경우가 눈에 띌 정도로 과다하게 늘어나 일부 업소는 시간당 500∼800원을 받는 등 극단적인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70여개의 게임방이 밀집해 있는 서울 신촌 연세대 앞의 경우 시간당 이용료가 작년 상반기 2000∼2500원에서 연말께에는 2000원으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1200∼15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대와 인근의 고시촌을 중심으로 80여개의 게임방이 몰려있는 신림동의 경우도 1200∼1500원대로 가격이 떨어졌으며, 입시학원만큼이나 게임방이 밀집해 있는 노량진은 이용객의 대부분이 중고생·재수생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1000원 이하를 받는 업소도 적지않아 인근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각각 700여개와 300여개의 게임방이 있는 부산시 및 광주시의 경우 도심 주요 상권과 대학가는 평균 1500원을 받고 있으나, 1000원 이하를 받는 업소가 속속 등장, 가격파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6년 말 게임방이 등장하던 초창기에 시간당 3000원까지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2년여 만에 평균 50% 이상 떨어진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게임방이 단기간내 급증한 것이 주된 원인이지만 올들어 100대 안팎의 PC를 갖춘 대형업소들이 등장,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한 것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질서가 혼란해지자 지역단위 업주들이 모여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강제 수단이 없는 데다 담합을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게 고민이다. 실제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게임방협회에 공문을 보내 게임방 이용료를 담합하지 못하도록 경고하고 경기도 부천지역의 게임방을 대상으로 실사에 나서는 등 강력히 견제하고 있다.
게임방 업주들은 『시간당 이용료가 최소한 1500원선을 유지해야 수지가 맞는다』고 말하면서 『게임방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게임 외에 다른 수익창출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