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업체들, 국내 반도체 패키지용 PCB시장 노린다

 대만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국내 반도체 패키지용 PCB시장을 탐내고 있어 국내 PCB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올초부터 국내 PCB시장 공략에 나선 대만 PCB업체들은 최근 컴퓨터 주기판용 PCB 물량을 확보한 것을 계기로 이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 패키지용 PCB시장까지 넘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최대 반도체 패키지용 PCB업체인 컴팩을 비롯해 우수·난야·PPT 등 5∼6개 PCB업체들은 최근 국내 반도체 패키지용 PCB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서울에 지사나 연락사무소를 개설했거나 개설을 추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PC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PCB업계가 국제통화기금(IMF)여파로 설비투자에 나서지 못했던 지난해 대만 PCB업체들은 반도체 패키지용 PCB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대만 PCB업체들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패키지용 PCB시장(공급 기준)으로 부각되는 한국을 공략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팩·우수 등은 이미 국내 반도체 패키지업체로부터 제품 사용 승인을 얻어 놓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국내 PCB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대만 PCB업체들이 주요 공략 타깃으로 삼은 반도체 패키지용 PCB는 메모리 반도체용 모듈기판과 플라스틱 BGA(Ball Grid Array)기판.

 메모리 반도체용 모듈기판의 경우 일부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대만으로 물량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최근들어서는 컴퓨터 주기판용 메모리 모듈기판도 대만으로 흘러나가는 것으로 국내 PCB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메모리 모듈기판을 통해 국내 반도체 패키지 기판시장에 맛을 들인 대만 PCB업체들은 그 여세를 몰아 국내 PCB업체들이 차세대 전략 PCB로 선정, 중점 투자하는 BGA기판시장도 넘보고 있다.

 아직까지 대만 PCB업체가 4층에서 6층의 고가 BGA기판 분야에서는 국내업체와 경쟁할 수 없으나 2층짜리 저가 BGA기판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GA기판업체의 한 관계자는 『BGA기판 가격이 갈수록 떨어져 일부 저가 모델의 경우 국내 PCB업체로는 채산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나 대만의 경우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대만 PCB업체들이 국내 반도체 패키지업체로부터 제품 사용 승인을 얻어 물량 공세를 벌이면 국내 PCB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