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사이크로피디아 브리태니카」는 철저한 검증과 자문을 통한 정확성과 상세함 등으로 인해 웬만한 논문이나 저서에도 자주 인용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년 전 한글판이 나오고 특히 값싼 CD롬 판이 나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영문판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갖고 있는 걸 자랑으로 여길 정도였다.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이 백과사전의 대명사로까지 불리게 된 또다른 이유는 전통과 역사성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백과사전을 발간하는 엔사이크로피디아 브리태니카사는 1768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창설돼 3년 만에 초판을 발행한 뒤 계속해서 보완·증보판을 내 230년 가까이 지난 현재 분량이 평균 1000페이지짜리 32권에 달한다.
그런데 그런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백과사전을 출판해 온 브리태니카사가 최근 인쇄본의 발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는 물론 인쇄본의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유럽에서만 매년 15만 카피의 CD롬이 팔리고 있는 데 비해 인쇄본 판매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32권짜리 인쇄본 1세트가 900파운드(한화 약 120만원)인 데 비해 똑같은 정보를 수록하고 있는 CD롬은 89파운드(약 12만원)에 불과한 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다.
CD롬 백과사전은 비록 인쇄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상되기 쉬워 수명이 짧고 검색이 불편한데다 일정 성능 이상의 컴퓨터를 필요로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자료의 활용 측면과 멀티미디어적 요소를 가미할 수 있는 등의 장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값싸고 보관이 편리하다는 강점으로 인해 전통적인 종이매체를 밀어낸 것이다.
인터넷 인구의 급속한 확산 추세도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브리태니카 측도 『이미 매일 수백만 명이 인터넷판을 이용, 사전의 내용이 좀더 싼 값에 더욱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밝히고 『이는 중단시킬 수 없는 교육과 지식의 확산 과정이자 하나의 혁명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혁명의 물결은 국내에도 벌써 와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