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교통DB 포맷을 과제로 삼아 자본재 표준화연구 사업자선정을 앞두고 있던 산업표준원은 한국전산원으로부터 연구사업 중복이란 연락을 받았다. 이미 전산원에서 자동차부품연구원과 GDFK포맷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산업표준원은 이 과제에 대한 사업자선정을 중단하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96년 남산터널에 무인통행료징수시스템(ETCS)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이 계획은 부천시 외곽에서 한달간 성능시험만을 거친 채 결국 흐지부지됐다. 지난 97년 모 업체와 종로구간에 시내버스정보시스템(BIS)을 시범구축했던 서울시는 이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을 결국 철회하고 만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는 2001년 재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내 설치를 목표로 97년부터 3년 가까이 추진해 오던 ETCS 구축계획 역시 최근에야 사업자를 선정, 시범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그동안 도로공사의 평가사업 부서가 몇번씩 바뀌는 상황에서 사업을 포기한 상당수 중소전문업체들의 사업포기 사태가 있었다. 또 남은 업체들 역시 네차례에 걸친 성능시험 과정에서 각각 몇십억원 규모의 재정적·시간적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내에 설치키로 한 ETCS통신방식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시스템 통신방식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최근까지 능동형수동형 시스템 간 선택을 둘러싼 논란을 벌였다. 결국 정통부가 한발 양보하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최로 열렸던 ITS기술 워크숍에서 ETRI는 미국·일본의 ETCS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기동향을 들었으나 모두 능동형 주장자였다.
교통개발연구원(KOTI)은 올연말까지 끝내기로 되어있는 교통DB 구축사업을 하면서 DB포맷 선정에 대한 각 부처간 조율이나 공개적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여타부처에서는 이 DB 구축사업이 ITS, 특히 교통정보서비스에 미칠 영향이나 중요성을 모른 채 KOTI의 작업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라디오 채널을 통한 교통정보(DARC)서비스 연구개발에 나서는 등 도로교통DB 포맷이나 표준에 무심할 수 없는 MBC와 정보통신부조차도 이 문제에 대해 별도의 협의 채널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정통부는 ITS의 근간이 될 교통DB구축용 포맷연구를 한국전산원에 맡겼고 전산원은 이를 자동차부품연구원 GDFK과제로 넘겨 연구중이나 일부 핵심전문가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ITS주무부처인 건교부의 교통정보화정책에 대한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지난해 말 건교부 ITS분야의 실무책임자인 모 과장은 올 4월 설립된 ITS코리아의 주도권 문제를 놓고 모 출연연박사와 설전을 벌였다.
지난 5월 건교부는 과천 시범ITS사업 구축에 참여한 업체를 불러 ITS구축에 대한 성공적 구축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날 교통기획과 실무자는 보고를 위해 자리를 뜬 국장을 대신해 건교부의 비전없는 ITS정책 의지와 무사안일주의를 질타하는 업계의 불만을 들어야만 했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건교부가 적어도 지난 1년간 교통정보화정책 추진과 관련해 보여준 무력증과 의지부족을 지적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최근 ITS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정통부가 국가ITS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흐름을 짚어본다면 이해하기 힘들지 않다.
이같이 많은 사례는 지난 96년 9월 대한교통학회에서 내놓은 국가ITS 기본계획이 사실상 중심축을 형성하지 못한 채 이합집산되는 모습으로 이뤄졌음을 반영한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