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가 첨단교통시스템(ITS)구축 계획은 93년 4월 대통령비서실 사회간접자본투자기획단 주관으로 지능형교통시스템 도입방안을 검토하면서 시작됐다. 그 해 11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ITS구축계획을 확정하고 부처별 업무성격을 감안한 소관 부서별 분담추진 및 국가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시행키로 결정한다. 대한교통학회 등을 통해 도출된 이 안을 바탕으로 97년 2월 기본안에 대한 관계부처간 협의 및 수정보완 작업이 이뤄지면서 국가ITS는 본격 추진된다.
그러나 이처럼 거창하게 시작한 범정부 차원의 국가ITS 구축계획은 IMF사태를 맞으면서 더 이상 국가사업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동안 산·학·연으로부터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아 온 것은 응집력 부족이다. 건교부가 그동안 수차례 국가ITS 구축사업의 방향정립을 위해 산하 출연연구소를 통해 연구성과를 내고 이를 토대로 체계적 수립계획을 내놓았지만 부서간 협력체계나 역할분담 미비로 즉각적 실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근한 예로 지난 3년 가까이 문제됐던 무정차통행료징수시스템(NTCS)용 통신방식이 정통부와 관련연구소의 의견과 달라 조정해야 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공사만이 뛰어다녔다.
G7과제로 지난 3년간 추진된 차량항법장치(CNS) 및 최근의 교통DB구축 관련 표준화작업 등은 정통부·산자부·건교부 등에서 제각각 논의되고 있지만 협력체제 등의 연계성을 찾아보긴 힘들다.
건교부는 그동안 국가ITS 구축의 중추로서 첨단교통정보시스템(ATIS), 첨단교통운영시스템(ATMS), 첨단화물운송시스템(CVO), 첨단대중교통시스템(APTS), 첨단차량도로시스템(AVHS) 등 5개 분야에 대한 시스템구축에 노력해왔다.
이 역시 범정부 차원의 큰 틀에서 통합적·체계적으로 이뤄지기보다 각 부문의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과 민간업체 중심으로 단절된 시스템구축의 양상을 드러냈다.
ATMS나 FTMS를 운영하는 경찰청이나 도로공사, 서울시간 연계체계는 미약하기 그지 없다. ATIS는 경찰청과 각 민간사업자가 제각각 추진하고 있어 통합성과 일관성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CVO는 한국통신이 100억원이나 투입해 구축하고 있으나 실제 사용자인 화물주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VHS는 자동차 회사가 산자부의 지원으로 연구하고는 있으나 연구개발 정보교류조차 안되고 있다. APTS를 시도했던 서울시는 당초부터 무리한 계획이란 이유로 정보통신 연계성을 갖추지 못한 채 추진돼 온 이 사업을 포기했다. 건교부의 고속도로 버스정보시스템(EBIS) 구축계획은 사업자를 선정하는 도중에 이를 중단하고 기술개발이 완료됐다는 한 민간사업자에게 맡겨졌다.
국가ITS 기본계획 실행상의 단절현상을 부처간 협의에 기반한 새로운 아키텍처 구성으로 해결해야 하는 필요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건교부도 이를 인식하고 최근 교통개발연구원을 통해 새 국가ITS구축 아키텍처 구성에 들어갔다.
이러한 첨단교통정보화시스템의 기반에 정보통신 및 전자 등 첨단 정보통신·전자기술이 뒷받침돼야 함은 새삼스레 전문가의 의견을 빌릴 필요가 없다.
건교부가 국가ITS 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 용역에 참여한 핵심인력의 80% 이상이 교통공학 전문가였으며 통신·전자·정보 전문가들이 배제됐다는 정통부의 지적도 설득력을 갖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관계자와 산·학·연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민관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국가ITS구축을 위한 협의체 마련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중 건교부와 ITS코리아측이 사회간접자원 정보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해 첫모임을 갖게 된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