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기간사업총괄본부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 96년 11월 마침내 한국IBM 사령탑에 오른 정통 IBM맨 신재철 사장(52)을 만나봤다.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적지않은 부담을 느꼈을 텐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국적기업에 대해 필요 이상의 선입견을 갖고 있다. 다국적기업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최종 결정에 이를 때면 언제나 관행에 치우치는 사례가 많아 특히 안타까웠다. 세계 기업환경은 변하고 있는데도 한국인의 기업관은 여전히 폐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자국 경제발전에 다국적기업의 역할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을 우리 실정과 필요에 맞게 적극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활용하라는 것인가.
▲우선은 선입견, 즉 감정적 멘탤러티를 벗어야 한다. 대만과 싱가포르는 국가 기여도에 따라 다국적기업 시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에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푼이라도 더 투자를 하려고 할 것이 아닌가. 이런 까닭에 대만IBM의 미국 본사에 대한 연간 수출실적은 한국IBM보다 두배나 많은 30억달러나 된다. 한국IBM이 해외에 많이 수출하고 이익을 많이 내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바로 애국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스위스처럼 남과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모델을 택해야 한다.
-건전한 기업시민정신은 다국적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기업시민으로서 한국IBM의 목표는.
▲철저하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동화되는 것이다.또한 법과 관행을 준수하는 비즈니스 활동에 주력하고 귀감이 되는 것이다. 기술전수·인력양성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보존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 이윤의 사회환원 노력도 이런 맥락에서 벌이고 있다.
-정통 IBM맨으로 자부심이 있다면.
▲IBM의 선진기술과 문화를 활용하여 내가 속해 있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IBM의 철학이기도 한 「창조적인 소수」의 하나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온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