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지털 음악사업으로 여겨져오던 MP3 관련사업이 음반사 및 권리단체간의 의견 불일치로 PC통신의 MP3음악파일 내려받기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초기단계에서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 재개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민간연구단체인 저작권연구회(CRIG·회장 고영희) 주최로 연세대에서 열린 「MP3 이대로 중단되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공개세미나에서는 기조 발제자는 물론 참석자들의 대다수가 『MP3산업 활성화의 당위성과 관련업체 및 권리단체간의 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세미나는 MP3파일 서비스 중단 이후 처음 시도되는 공개적인 세미나라는 점과 관련업체 및 권리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MP3와 관련된 저작권법 점검에 대해 기조 발제를 맡은 저작권심의조정연구회 최경수 연구실장은 『현재까지 유통되던 MP3는 기존 음반을 바탕으로 형태만 바꾼 복제물이기 때문에 작사·작곡자나 실연자·음반사 등이 배타적 권리를 갖는 것은 저작권법상 당연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공정한 이용을 위해 만들어진 저작권법을 자신의 권리주장으로만 악용한다면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시민의식 부재의 소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또한 『단순히 작은 자신의 권리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규모를 파악하고 다양한 활용을 통해 권리를 증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권리단체간의 연합체 구성을 통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 대표로 참석한 새한정보시스템 상품기획팀 오승환 부장은 『MP3를 단순히 국내 시장에 국한해 볼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발빠른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며 『애써 개발한 시장을 남에게 뺏기지 않도록 미국의 디지털음악연합체(SDMI : 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처럼 광범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통신망업체의 입장과 네티즌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맡은 한국통신하이텔 콘텐츠팀 김좌우태 부장은 『MP3서비스 이용자가 비단 10대 청소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이미 유료화가 가능한 상업적인 시장이 상당히 성숙됐으며 가능성 있는 사업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초기시장 형성에 네티즌들이 많이 기여한 점을 고려해서라도 서비스는 조기에 재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개인적 의견도 덧붙였다.
주최측인 저작권연구회의 성숙경 변리사는 『상업적 이익 획득을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은 유통이 필수적 전제 조건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MP3를 유통의 한 형태로 보고 다수의 사업자가 자율경쟁에 의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를 위해 저작권자, 저작인접권자, 정보제공업자, 관련 SW 및 HW업체, 통신망업체, 이용자, 정부 등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해결자세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저작권 및 사적재산의 보호를 위한 기술적 대안을 마련해 MP3를 활성화시키자』 『불법음반 난립과 과다한 제작비 등으로 인한 비뚤어진 국내 음반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음악사업은 필수적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MP3협회를 만들자』 등 MP3활성화 방안과 이를 위한 전제조건에 관한 의견들을 활발히 개진했다.
고영희 저작권연구회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문화관광부와 국회 등에 민간의 입장을 전달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며 『광범위한 협의체 구성을 위해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리=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