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중견 인쇄회로기판(PCB)업체를 중심으로 외부자금 유치가 줄을 잇고 있어 이의 배경에 대해 국내 PCB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초 동양물산이 이탈리아 PCB 전문업체인 소마시스사로부터 25만달러 정도의 자본을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촉발된 중견 PCB업체의 외부자금 유치 경쟁은 미국 최대 보험회사이자 투자회사인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로부터 2200만달러(한화 260억원)를 유치한 심텍, 유럽지역 벤처캐피털로부터 800만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새한전자로 이어졌다.
이어 샘플 PCB 전문업체인 하이테크교덴도 최근 합작선인 일본 교덴으로부터 증자형식의 자본을 유치했으며 이달에는 고다층인쇄회로기판(MLB) 전문 생산업체인 이수전자가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한 한강구조조정기금으로부터 250억원을 증자형식으로 받았다.
또 지분매각방식으로 외자유치를 추진중인 국내 모 중견 PCB업체도 계약 전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중견 PCB업체의 외부자금 유치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처럼 중견 PCB업체들이 외부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까닭은 재무개선과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금까지 PCB업체에 유치된 외부자금 중 최대 규모의 외자를 끌어 오는 데 성공한 심텍은 2200만달러 중 60% 정도를 그동안 경영 압박요인으로 작용해온 고금리 부채를 탕감하는 데 사용했고 나머지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 첨단 PCB용 신규 설비투자에 활용했다.
새한전자도 외부자금 중 일부를 단기차입금 상환에 투입,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수요가 폭증하는 TFT LCD용 PCB와 휴대폰용 PCB 등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확충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수전자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수전자는 이번에 유치한 자금 중 일부는 부채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과 정보통신기기용 MLB 생산설비 확충, 차입금 상환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수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자금 수혈로 부채비율이 종전 280%에서 150% 이하로 내려갈 전망이며 그동안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제품경쟁력을 인정받는 회사의 해외 신인도가 크게 개선돼 해외시장에서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텍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외자유치로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미래사업을 위한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외자유치가 가져온 직접적인 효과라면 세계 PCB시장에서의 신인도 확보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외자유치 이후 심텍은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을 비롯해 일본 NEC, 미국 TI·록웰·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전세계 유력 반도체·통신기기업체들에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대량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 설비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인수·합병(M&A)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 PCB산업의 전도가 매우 밝은 것으로 기대되자 해외 유명 PCB업체와 벤처 펀드들이 지분참여 형식의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PCB업계의 해외자본 유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견 PCB업체들이 외자유치를 계기로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섬에 따라 그동안 대기업 PCB업체 중심으로 구도가 형성된 국내 PCB시장에 일대 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