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테퍼시장 "ASML 돌풍"

 반도체 제조설비 가운데 가장 고가이자 핵심장비인 스테퍼시장에 ASML 돌풍이 불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일본업체인 니콘과 캐논이 상대적 강세를 보여온 세계 스테퍼시장에 차세대 DUV(Deep Ultra Violet)용 스테퍼 및 스캐너 장비를 무기로 한 네덜란드의 ASML이 가세하면서 이 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DUV용 레이저 소스 공급업체인 사이머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 회사가 생산한 불화크립톤(KrF) 엑시머 레이저 소스의 41%를 ASML이 구입, 사용했으며 니콘과 캐논은 각각 16% 및 19%의 구입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DUV 레이저 소스의 사용량이 곧 관련 스테퍼장치의 출하량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최근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에 의해 확대 채용되고 있는 DUV용 스테퍼시장을 ASML이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최근 발표된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의 98년 매출 조사에서도 ASML은 지난해 8억달러 어치 가량의 스테퍼를 전세계에 공급, 6억달러 매출의 캐논을 큰 차이로 따돌리며 11억달러 매출을 기록한 니콘을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스테퍼시장에서의 ASML 강세는 국내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ASML은 지난해와 올해 국내에서 발주된 DUV용 스테퍼 및 스캐너 장비 물량의 80% 이상을 수주했으며 향후 건설될 256MD램용 반도체 라인에도 ASML의 스테퍼장비가 대량 공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라인의 주력 스테퍼는 니콘과 캐논 제품이 아닌 ASML 장비로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차세대 제품영역으로 갈수록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고해지는 분위기다.

 더욱이 ASML은 DUV용 제품보다 한 등급 아래인 i라인용 스테퍼시장에 대한 공략도 최근 본격화하고 있어 차세대 DUV 스테퍼를 포함한 전체 리소그래피 장비 시장의 지각 변동도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광학 분야에서의 절대적인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전세계 스테퍼시장을 장악해 온 일본 장비업체들이 이러한 ASML의 급부상에 어떤 식으로 대응해 나갈지에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테퍼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설계된 회로를 웨이퍼에 투사하는 핵심장비로 연간 국내 수요는 200대 가량으로 추정, 특히 이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DUV용 스테퍼는 대당 장비 가격만도 무려 500만달러를 호가하는 최고가 반도체 장비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