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식 정보통신부 협력 기획 담당관
최근 우리나라가 IMF사태를 겪으면서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IMF로 인한 부담은 중산층과 서민층이 더욱 많이 짊어지고 일부 상류층은 고금리의 이점과 정부의 각종 지원 혜택을 받아 오히려 재산과 소득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이상이라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정보사회에서는 이러한 빈부의 격차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다른 모든 측면에서 발생함으로써 사회적 격차로 이어져 그 폭이 더욱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 인류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처음 인류는 생존을 위한 삶의 수준에서 시작해 점차 문명이 발전하면서 그에 따라 물질적·정신적 풍요가 증대됐고, 분배문제도 그만큼 개선돼 왔다. 이러한 추세를 따른다면 앞으로 인류는 더욱 많은 풍요를 누리게 되고 분배문제도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짐작을 해보지만 어떤 문제가 생겨 반대로 어려워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보통신혁명은 과거 농업혁명·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생산성을 대폭 증대시키고 있으나 이들과 다른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먼저 정보통신혁명의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 기술은 컴퓨터 등을 통해 육체적 노동 능력보다도 인류의 지적 능력을 엄청나게 향상시켜 준다는 점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를 이웃처럼 가깝게 연결해 주고 있는 점, 새로운 기술로서 과거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급격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점이 과거의 농업혁명·산업혁명의 기반이 된 기술과 주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제와 사회는 지식·정보 중심사회로 변화되어가고 국경 없는 경제를 만들어 경쟁을 격화시키며 새로운 변화는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개인의 능력 차이가 정보화의 혜택 여부에 따른 차이로 연결될 수 있고, 정보를 잘 활용해 성공하는 자도 있겠지만 불확실성의 증대에 따라 불가피하게 실패하는 자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과 노장년층간에는 컴퓨터 학습 능력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고 서울과 다른 지역간에도 차이가 많으며 여유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또는 교육을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간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사람과 소극적인 사람간에 차이가 있고 그야말로 운이 나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메커니즘에 의하는 것이 경제적 효율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나 시장은 분배문제를 해결하는 데 종종 취약함을 보여 불가피하게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보사회에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먼저 개인이나 기업이 정보활용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며 다음에 그래도 능력을 갖추지 못한 계층에게는 혜택을 베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누구든지 쉽고 싸게 정보통신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을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용컴퓨터·통신망·인터넷 그리고 유용한 정보 등이 모두 이용 가능할 만큼 가격이 싸져야 하며 널리 보급돼야 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배우는 학교에 이를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고, 사회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이를 설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유용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사안이다.
다음에는 학교에서의 정보통신 교육과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정보통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직업전환 또는 직업 준비를 위한 정보통신 교육이나 가정주부·노인 등을 위한 정보통신 교육도 필요하며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교육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불가피하게 실패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해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정보통신을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정부에서 이를 지원하는 보편적 서비스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노인 등에게 컴퓨터·통신망·인터넷의 구매 및 사용 비용을 보조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그 비용은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부담을 일부 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꿈꾸고 있는 미래 사회에 모든 국민이 소외감을 갖지 않고 더불어 더욱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