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66);로봇과 사이보그

 로봇,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휴머노이드, 인조인간…,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 용어들은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실제로 개발되었고 또 어떤 것이 아직 SF 차원에 머물러 있을까?

 먼저 로봇에 대해 알아보자. SF에 등장하는 로봇과 우리가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로봇은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산업용 로봇은 외모가 인간처럼 생긴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그 뿌리를 거슬러올라가면 산업용 로봇도 SF에 기원을 두고 있다.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 제조회사는 60년대 초 미국 코네티컷 주에 설립된 「유니메이션」사다. 오늘날 전 세계의 산업용 로봇 시장을 형성하고 로봇 공학의 물리적 토대를 제공하는 데 이 회사가 결정적인 공헌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 회사의 사장 조지프 잉겔버거는, 대학생 시절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나는 로봇」이라는 단편소설을 읽고 로봇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고 한다. SF가 현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미래를 예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적어도 로봇의 경우를 놓고 보자면 SF 작가들은 바로 「미래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아무튼 로봇은 인간의 일을 자동적으로 대신하는 장치의 통칭으로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외모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집집마다 있는 전기밥솥도 다 로봇이라고 부를 수 있다.

 반면에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말은 대표적인 SF용어로 겉보기에 사람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로봇을 뜻한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인조인간」이 바로 안드로이드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조인간들은 안드로이드의 대표적인 예다.

 한편 휴머노이드(humanoid)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외모가 인간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따라서 로봇뿐만 아니라 외계인이나 기타 정체불명의 그 어떤 것도 겉모습이 사람처럼 두 팔, 두 다리가 있으면 「휴머노이드 형」이라고 말한다.

 또 사이보그(cyborg)라는 말은 대개 SF에서 접하게 마련이지만 원래는 50년대에 의학자들이 만든 말이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 오거니즘(cybernetic organism)」의 약자로 인공 장기를 단 사람을 뜻한다. 미래에 인간이 우주공간이나 바다 속에서 생활해야 할 경우, 특수한 인공 장기를 달아서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한다거나 기계 팔을 달아 정상인보다 더 강한 완력을 낼 수 있게 하는 등의 가능성을 연구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따라서 사이보그란 로봇이나 안드로이드, 인조인간과는 달리 처음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인체공학, 생물공학적인 기술로 탄생하는 것이다. 사이보그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600만불의 사나이」 등의 영화로 인해 오늘날 가장 친숙한 SF용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사이보그의 개념을 적용하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신체 기관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인공 기구들은 다 사이보그에 해당된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는 시력을 강화하는 기구고, 가발은 모발의 기능을 강화해주며, 심지어 위험한 작업을 할 때 쓰는 장갑도 사이보그적 기구다.

 인공심장이나 의족, 의수, 의치 등은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이 세상에는 사이보그들이 엄청나게 많은 셈이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