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투데이> 천연동굴

 우리나라 국민은 대부분 휴가를 한여름에 사용하고 이들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매년 동해안을 찾는다. 좁은 국토에서 갈 곳이 뻔하긴 하지만 주위에서 동해안 어느 곳이 좋다고 하면 모두 몰려가는 것이 우리의 휴가 풍토다.

 매년 여름 피서철에 너도나도 동해안으로 떠나다 보니 오가는 길목이 막혀 많은 시간을 길거리에서 낭비하게 되고 목적지에서도 대부분 인파에 휩싸여 바가지 요금과 주차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휴가 피서길이 아닌 고생길인 것을 미리 알면서도 매년 똑같은 일을 반복하곤 한다.

 그래서 올해는 똑같은 길을 가더라도 오가는 길에 지친 몸을 조금이나마 풀면서 청소년들에게는 자연학습도 될 만한 천연 자연동굴을 찾아 잠시 들러보는 게 어떨까.

 대부분의 자연동굴들은 천태만상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태양과 가장 멀리 있다는 점에서 피서의 최적지다.

 원래 동굴은 암흑의 세계로 항온·항습지역이고 고요함을 간직한 가운데 견고한 석회암의 장벽으로 구성되어 있어 천연 요새이기도 하다.

 암흑지대라는 동굴의 성질을 이용해 일부에선 버섯재배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으며 풍부한 지하수를 이용, 양식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동굴은 자연 관찰과 생태계, 인류역사의 조사 실습장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새로운 작전기지나 특수 자원의 저장고로 중요성을 지니고 있어 요즘 세계 각국에서는 지하 동굴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분석과 이용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동굴 속의 물고기와 박쥐, 종류석 희귀 동식물을 관찰하면서 반나절을 보낼 수 있는 곳은 강원·충청도에 주로 몰려 있어 중부 수도권지역의 휴가객들이 귀가길에 한번 정도 들르기에 안성맞춤이다.

 강원도지역의 경우 영월 인근에 고씨동굴을 비롯해 용담동굴, 연하동굴과 동해시 주위에 월둔동굴, 관음동굴, 환선동굴, 초당동굴이 있으며 정선에는 화암동굴, 평창에 백룡동굴이 있어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으면 이곳 중 한 곳을 찾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충청북도 단양 인근에는 고수동굴을 비롯해 노동동굴, 천동동굴이 있으며 제주도에는 만장굴, 협제동굴, 황금동굴 등 8개 동굴이 있다.

 충청북도 신단양의 시가지 바로 앞 남한강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고수동굴(古藪洞窟)은 지질이 고생대 대석회암통(大石灰岩統)에 속해 있어 지질 연대가 약 4억년 전으로 추정되며 총길이는 1㎞가 넘는 동굴이다.

 이 동굴은 사자바위를 동굴의 수호신으로 삼고 있으며 각종 지형지물이 잘 발달되어 있다. 고수동굴의 동굴 퇴적물은 경관이 매우 화려할 뿐만 아니라 규모가 크다. 특히 커튼형의 종유석 무리가 뻗어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동굴 생물도 풍부하고 곤충으로 부르는 화석곤충이 발견된 적도 있으며 박쥐가 아직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또한 특수한 지형 지물로는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방패석, 동굴 밑바닥에 발달한 선녀탕으로 부르는 석회화단구, 끝머리 용수골에 활짝 펴있는 아라고나이트의 장관, 출구 부근의 황금성 종유 성벽 그리고 신동 내부의 이색적인 종유석과 석순의 숲은 지하 궁전을 연상케 한다.

 강원도 영월읍 진별리 남한강변에 위치한 고씨(高氏)동굴은 임진왜란 때 고씨 일가족이 이 동굴 속에 피신하여 난을 피할 수 있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이 동굴의 총길이는 3㎞로 주굴은 1800m, 나머지 지굴이 1200m나 되며 굴속에 들어가면 넓은 공동이 3, 4개 있다. 동굴의 지질 연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4∼5억년 전에 형성된 고생대의 대석회암통에 속하는 막동통(莫洞統)지층이다.

 동굴 속에는 곳곳에 장엄한 경관이 산재하고 있다. 한마디로 「종유석과 석순의 전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12선(仙)이라고 부르는 천장에서 내리 뻗은 종유석과 석순의 무리들로 장관을 이룬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의 남한강 지류인 동강 절벽에 위치한 백룡굴(白龍窟)은 지역 토착민이 어느날 밤 흰색의 용이 남한강물속에서 뛰쳐나와 굴속에 들어가는 꿈을 꾸고 발견한 동굴이라 하여 이 이름이 지어졌다.

 동굴의 총길이는 1.2㎞이고 종유석, 석순, 석주 그리고 희귀한 곡석 등이 풍부한 동굴이다. 남한강의 수위가 올라가면 침수될 우려가 있는 화려한 지하 궁전의 하나이기도 하다. 여러 갈래의 가지굴이 발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2차 퇴적물 이외에도 다양한 동굴 지형을 이루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 소재의 환선굴(幻仙窟)은 총길이가 3.5㎞로 입구에서부터 넓은 광장과 각종 동굴 생성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러나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어 있는 여러 굴들의 실제 길이를 밝혀낼 수만 있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길다.

 동굴의 경관 가운데 천장 벽면에 깊게 뚫려 있는 용식천장공은 이색적이다. 더구나 깊숙한 곳에 그려진 듯한 옥좌(玉座)로 부르는 평면 석회화단구면은 화려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인근의 관음굴이 남성적이고 동적인 반면 환선굴은 여성적이고 정적으로 대조를 이루고 있어 두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강원도 정선에 자리하고 있는 화암(畵岩)동굴은 석회 동굴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절벽과 화암 약수터가 가까이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천장 높이 30∼40m, 직경 100m에 달하는 거대한 광장에는 화려한 황금빛 종유벽이 걸려 있고, 광장의 한 구석에는 두개의 커다란 「장군바위」 석순이 우뚝 서서 암흑의 세계를 지키고 있다.

 이밖에 과거 선유굴(仙遊窟) 또는 장천굴(掌天窟)이라고도 불리다 임진왜란 때 이 굴속에 부처님을 피신시켰다고 해서 성류굴(聖留窟)이라고 부르고 있는 동굴이 있다. 특히 임진왜란 때는 주민 500명이 동굴 속에 피난했다가 적장 가토 휘하의 왜병들에 의해 숨졌다는 슬픈 얘기가 전해온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