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피드 경영" 속속 열매

 PC·이동전화단말기 등 속도가 중요시되는 정보가전에 비해 이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지기 쉬운 가전부문에서도 스피드 경쟁이 한창이다.

 얼마나 신속하게 주문물량을 주문자에 생산 공급하느냐에 따라 고객들의 주문량과 수익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가전제품도 단납기 주문이 이어짐에 따라 긴급주문 소화에 가장 큰 걸림돌인 도입자재 확보문제와 생산계획 운영, 편성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 개발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인도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상으로 단축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6일 밝혔다.

 LG전자의 이같은 스피드 높이기는 최고경영자인 구자홍 부회장의 경영철학에서 출발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디지털경영을 역설하면서 『디지털시대에는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스피드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고객의 시간을 단축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납기를 줄이는 등 스피드를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자레인지사업부의 경우 주문신속대응시스템을 구축, 납기를 줄여 경쟁력을 높인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통상 주문을 받아 납품하기까지 4∼5주가 걸리는 전자레인지 시장에서 2주 안에 납품을 요구하는 경우 부품을 새로 확보하고 미리 잡힌 일정을 바꿔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단납기 주문에 대한 대응률은 대개 52%에 머무르고 고객들의 불만 또한 통계적으로 87%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LG전자는 협력업체와 통신시스템을 마련해 전자레인지의 핵심반도체인 마이컴칩 조달시간을 기존보다 절반가량 줄이고 부품 공용화와 표준화, 주문체제를 기존 월간에서 주간단위로 바꾸는 작업으로 단납기 주문대응을 100%로 높였다.

 이같은 「속도」가 인정받으면서 주문물량이 더 늘어나 지난해 9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380억원의 추가주문을 소화함으로써 15%의 매출신장을 이뤄냈다는 게 LG전자측의 설명이다.

 디스플레이사업본부도 지금까지 협력업체들이 자재나 부품을 각각 납품해왔으나 최근 「통합물류회사」를 통해 자재나 부품을 납품받는 시스템으로 전환해 40∼50%의 시간을 단축했다.

 또한 재고관리에 있어서도 기존에 일정기간 재고물량과 기간을 따지는 「기간별 재고관리」에서 벗어나 주문량과 생산가능한 능력 등 당면한 환경요소를 고려한 「생산시점 관리」로 변경, 제품과 자재 재고일수를 각각 70%, 25% 절감시켰다. 제품의 개발기간 단축 노력도 스피드 경쟁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LG전자는 「TMP 310 프로젝트」를 통해 TVCR 개발기간을 10개월에서 5개월 정도로 대폭 줄였다. 이 프로젝트는 일시적인 기간 단축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IMF 기간에 꼭 필요한 기능만 내장하고 가격을 과감히 낮춘 「한국형 신모델」을 3개월 만에 탄생시키는 등 다른 제품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