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콘덴서 등 수동부품업체들이 열악한 사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눈을 돌리는 가운데 이에 성공한 업체들이 하나둘 나타나 다른 업체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부품업체들의 사업다각화 형태는 두가지.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드는 것과 부품산업의 테두리 안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다양화하는 것 등이다.
지난 97년 전자칠판사업에 뛰어든 대영(대표 이진구)은 이종산업에 진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예다. 대영은 97년 말 국내의 한 벤처기업으로부터 전자칠판사업을 인수했다. 이어 98년 초 국산제품을 개발, 당시 국내시장을 휘어잡고 있었던 파나소닉·NEC 등 세계적인 업체에 도전장을 던졌다. 성능은 같게 하고 가격은 외산의 절반 정도로 낮췄다. 효과가 즉각 나타나기 시작, 사업개시연도인 98년 한해동안 300만달러 이상 수출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400만달러 이상 수출고 달성이 무난하다는 것이 이진구 사장의 말. IMF체제의 와중에서도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최근 멀티에어컨사업을 본격화한 한성중전기(대표 우제환) 역시 대영과 비슷한 경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멀티에어컨사업은 대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한성중전기는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모 건설업체와 굵직한 계약을 맺었다. 우제환 사장은 한달 매출을 10억원으로 잡을 정도로 성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콘덴서설비 제작업체로 출발한 동우정기(대표 김양환)는 수정부품·LED 등 고부가가치 부품설비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콘덴서보다는 수정부품·LED 등이 더욱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일본을 제외하고 이 분야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는 없다는 분석도 작용했다. 이같은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지난 6월 3년에 걸친 수정부품 설비 개발이 완료되자 마자 중국 업체들이 구입의사를 밝혀왔다. 일본업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동우정기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물론 일본·몽골 등 전세계시장을 무대로 영업에 나서기로 했다.
부품업체들의 사업다각화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속한 업체들은 더욱 그렇다. 현재도 여러 업체들이 사업다각화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결실을 거둔 업체들의 공통점은, 분야를 막론하고, 대상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다각화를 생각하는 업체들이 한번쯤 점검해봐야 할 사항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