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테스터시장 "지각변동"

 완성된 칩의 최종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는 IC 테스터 시장에 지각변동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어드밴테스트·히타치전자엔지니어링 등 일본업체들이 주도해 온 국내 반도체 테스터 시장이 테라다인·슐럼버제·HP 등 미국 테스터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제품인 램버스 D램과 복합칩용 테스터 분야의 경우 최근 미국 테스터 업체 대부분이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국내 주요 소자업체에 데모 장비를 납품하는 등 이 분야 국내시장에 대한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어 일본 테스터 업체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LG반도체 수요를 기반으로 국내 테스터 시장에 진출, 합작사를 통한 국내 생산까지 추진해 왔던 일본 히타치는 최근 LG그룹의 반도체 사업 포기로 국내시장에서 완전 퇴출되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연간 150대 물량,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반도체용 테스터 시장에서 과거 70% 수준까지 육박했던 일본 테스터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최근들어 20%대로 급락하고 있으며 이러한 일본업체의 하락추세는 램버스 D램의 본격적인 양산과 함께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고속 메모리 분야에서 미국 테스터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램버스 D램 등의 고속 메모리 제품의 경우 메모리는 물론 로직 테스트 관련 솔루션의 제공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동안 메모리 분야만을 집중공략해 온 일본업체들보다는 메모리와 로직 분야 솔루션을 함께 보유한 미국업체들이 이 분야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이 훨씬 용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국내 소자업체에 연구 및 양산용으로 공급된 램버스 D램 등 고속 메모리용 테스트 장비의 90% 이상이 테라다인·슐럼버제·HP 등 미국 테스터 업체의 제품이며 특히 테라다인과 슐럼버제는 현대전자 및 삼성전자와 함께 차세대 고속 메모리 제품 양산을 위한 테스트 솔루션의 공동개발도 추진중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과정중 테스트 공정에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은 전체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그 영향력이 크다』고 전제하며 『따라서 테스터 분야만큼은 무엇보다 생산성향상과 비용절감 측면에서 경쟁력있는 제품이 우선 채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최근 일고 있는 국내 반도체 테스터 시장의 판도변화가 향후 더욱 가속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