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자동인식시스템> 생산성 향상.비용 절감 "두토끼 잡는다"

 지난해 경기불황으로 부도 위기에 몰렸던 A제과는 최근 물류정보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생산부터 운송·유통은 물론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비용을 크게 절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판매 현황을 하루 단위로 받아 볼 수 있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이 가능했다. 그동안 본사 지시에 따라 피동적으로 움직이던 영업사원들도 자기 스케줄을 스스로 관리, 업무 능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A제과는 이 덕택에 무사히 IMF한파를 넘기고 흑자기업으로 돌아설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 회사가 도입한 물류정보시스템은 바코드 스캐닝과 정보단말기(PDA)기능을 혼합한 핸디터미널·바코드 프린터 등 자동인식기기와 정보기술을 결합해 구현한 자동화 솔루션의 하나다.

 최근 기업들이 유통과 물류 정보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자동인식기기 분야가 유망시장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나 볼 수 있던 바코드시스템 등 자동인식장비가 생산현장·물류관리·공장자동화 부문으로 퍼진 데 이어 최근에는 일반 사무실의 출·퇴근 관리나 시내버스 요금 징수에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자동인식기기업체의 공식 단체인 AIM인터내셔널은 「세계 자동인식기기 수요 전망」이란 자료를 통해 오는 2000년경에 바코드시스템, 무선인식(RF ID)시스템, 스마트카드 등 전체 자동인식기기 시장 규모가 142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 96년 79억 달러와 비교해 볼 때 불과 4년 만에 80% 정도 신장한 규모다. 부문별로는 96년 4억 달러 규모였던 바코드시스템 시장이 오는 2000년 66억 달러로 전체 시장의 47%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어 스마트카드 29억 달러(21%), RF ID시스템 28억 달러(20%) 순으로 급신장세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세계 시장 추이를 반영하듯 IMF로 크게 위축됐던 국내 자동인식기기 시장도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찬바람이 불었던 관련업체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물론 구조조정이 서서히 마무리되면서 기업의 시설투자가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배경은 기업들이 업무효율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해 유통과 물류 정보화, 자동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자동인식기기를 통한 시스템 구축을 시설 투자의 우선 순위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물류와 공장자동화 도입 확산에 따라 올해 국내 시장규모가 작년 대비 50∼60% 이상 성장하고 이후 매년 20∼30%씩 늘어나는 등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호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코드 장비 관련 국내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대략 바코드용 핸디터미널 8000∼9000대, 스캐너 2만대, 프린터 2000대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RF ID시스템도 최근 출입통제나 보안시스템 등으로 활용범위를 크게 넓히며 기존 마그네틱이나 바코드 솔루션을 점차 대체해 나가는 등 확산일로에 있다. 특히 근거리통신망(LAN) 등 데이터통신망과 연동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바코드가 기업에서 일반 소비자까지 확산될 경우 시장 규모는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한국유통정보센터에서 최근 조사한 표준 바코드(KAN) 사용업체 수는 지난 88년 국내에 KAN이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올해 1만여 업체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발맞춰 현암바씨스·제일컴테크·한도하이테크·모디아소프트 등 주요 자동인식기기업체는 올해 목표치를 지난해에 비해 50∼100% 이상 상향 조정하고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인식기기 시장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어 올해부터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소홀했던 국산화 열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시장은 대부분 외국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일례로 바코드 스캐너 분야에서는 PSC·NCR·갤럭시가, 핸디터미널은 카시오·파나소닉 등이 국내 시장을 준독점하고 있다. 외국업체들이 안방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국내 시장은 제조업체보다는 유통업체 위주로 기형적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IMF한파로 주요 자동인식기기업체가 대거 쓰러지는 등 어느 분야보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제조나 기술측면에서 경쟁력이 없고 산업기반이 허약하다는 반증이다. 이는 국내업체가 반드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과제를 달성하려면 산업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정적인 자금확보 방안이 없으면 영세한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